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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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출생의 작가는 유엔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찍부터 뉴욕에 정착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의외로 카메룬의 문화는 우리 문화와 닮아서 어른을 공경해야 하고, 말소리도 작가의 귀에는 비슷하게 들린다고 한다. 카메룬은 작가가 자랄 당시만 해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시기여서 그녀의 아버지 또한 부인이 여럿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그녀는 형제가 많고 그 형제들 틈에서 질투와 경쟁 사회 생활의 거친 면을 배운듯 하다. 이런 경험은 거친맨해튼에서 그녀가 혼자서 씩씩하고, 꿋꿋하게 자라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왜 사람은 정신적인 피폐가 육체적으로 폭식이나 거식의 형태때문에 비만이나 저체중으로 나타날까?

 

최근 지인의 딸이 대학 신입생이 되자마자 낮밤이 바뀌어 게임에 몰두하더니 끼니도 거르고 37kg이라는 저체중에 급기야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든다며 병원에 가고야 말았다. 특정된 병명은 없지만, 의사왈 급사의 최적 조건이라고 했다고 한다. 급사라는 말에 놀란 20대 딸아이가 드디어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하며 끼니도 제때에 먹고, 동네를 한바퀴씩 걷더니 정상적인 체력을 회복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윤은 절제하지 못 하는 폭식에 시달리면서 어느 날 맛있는 빵집 앞에서 그녀에게 할머니 한 분이 건넨 무례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봐 자네, 너무 살쪘어!” 20대의 그녀는 화려한 셀럽들의 도시 뉴욕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유명했지만 고독했고, 우울했고, 음주에 폭식증까지 겹쳐 몸무게가 110kg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대도시 속의 자유롭지만 무심한 문화, 늘 외로워하며 카메룬의 다정한 친척들을 그리워하던 그녀에게 낯선 코리안 할머니의 직설적인 말 한마디 살쪘어!”에서 자신을 향한 관심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녀에겐 기적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할머니와 매주 H 마트(한식재료 마트)에서 만나며 식단을 한식으로 바꾸고, 차를 일상적으로 마시고, 차를 타기보다는 걷기 시작한 그녀는 1년동안 50kg의 살을 빼면서 무거운 우울도 같이 내려놓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녀에겐 한인 할머니를 만난것이 기적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 사라져버린 할머니는 그녀 외에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설속에 나올법하게 그녀는 그 할머니를 천사라고 생각한다.

 

어려서 동네에서 가깝게 접했던 한국문화(사우나, 찜질방, 세신사, 마사지 등)는 그녀가 할머니를 만나 레시피를 알게 된 한식의 기적과 함께 그녀의 삶이 되어버린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고 한국에서 생활도 하게 되고 이젠 한식을 알리는 그녀. 한국에서 만난 아주머니, 할머니들과 한국 생활에 푹 빠진 그녀는 이젠 아프리카 윤이 되어 부산사람이 다 되었다.

 

 

UN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성장한 그녀이기에 더욱 다양한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한국 문화를 아주 쉽게 받아들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젠 다문화, 지구촌 이라는 말을 넘어서 그냥 한 사람 한사람 개개인이 지구촌 전체 문화를 느끼며 살아가는 시대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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