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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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은 땅의 야수들은 수십 년간 이어진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시간 속에 휘말려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이해해야 이야기가 조금 쉬울듯 하다.

 

1세대: 기생 은실, 은실과 사촌인 기생 예단, 사냥꾼 남경수, 백씨

 

2세대: 은실의 큰 딸 월향, 은실의 작은 딸 연화, 은실의 기방으로 10살에 팔려온 옥희, 사냥꾼 남경수의 아들 남정호, 인력거꾼 한철

 

그 외: 부잣집 아들로 일본 유학을 한 출판사 사장 성수, 성수와 함께 일본 유학을 하였으며 독립군을 돕는 명보

 

일본인: 야마다, 이토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 남경수.

 

호랑이 사냥을 나섰던 일본군과 그 안내인 백씨의 도움으로 남경수는 살아남고 백씨는 그 곳에서 죽게 된다. 살아난 젊은 일본인 장교 야마다는 사냥꾼 남경수에게 감사의 의미로 담뱃갑을 주고 어려움이 있을 경우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다.

 

기생 은실은 월향의 아버지가 독립운동 하는 것을 비밀리에 자금을 대준다. 독립운동을 돕던 사냥꾼에게 감사의 의미로 자신의 은반지를 보내게 되는데, 이 은반지는 바로 남경수에게 전달되게 된다.

 

남경수는 일본인 장교에게 받은 담뱃갑에 대한 이야기나 은실에게 받은 은반지 이야기를 아들에겐 알리지 않은채 숨을거두게 되고, 아버지의 유물로 받은 담뱃갑과 은반지를 간직한 정호는 경성으로 들어와 그물처럼 그 인연들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양에서의 호랑이로 시작된 이야기는 제주도의 진주 이야기로 막을 내리게 된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등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게 이어진 실로 연결되고 있다고 한다. 빼어난 미모의 월향은 일본인 장교에 의해 능욕 당하고 임신하게 되자 은실은 예단의 기방으로 보내게 된다. 은실은 월향, 연화, 옥희를 모두 함께 보내게 되고, 단이의 기방에서 기생으로 교육된 옥희는 경성 뒷골목 소년 정호와 친분을 쌓게 된다. 옥희는 기생에서 배우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자신을 위해 인력거를 끄는 한철을 만나게 된다. 정호는 격동의 시절에 깡패로, 혁명가 명보를 만나 공산당 활동을 하게 된다. 옥희와 한철의 사랑, 정호의 옥희에 대한 우정과 사랑은 그 복잡한 시대의 복잡한 인간사를 보여준다.

 

옥희의 인생만 보아도 딸로 태어나 어려서 집안을 위해 기방에 팔려가 평양에서부터 제주까지 흘러가는 파란만장한 인생이 그 어려운 시절의 우리 나라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볼 수 있다. 한반도라는 작은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인물들 모두가 야수들로 표현되는 가슴아픈 영화를 본듯한 느낌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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