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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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에쿠니 가오리가 20대에 써두었던 단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 이야기라고 하니 20대에 '반짝반짝 빛나는'도 썼다는 얘기인가 싶었다가 9편 중 대부분이 20대에 써둔 것이라고 하니 이것은 아닌가 보다하고 다시 이해하게 된다.

처음 에쿠니 가오리를 만난 '도쿄타워'를 읽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주 느린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내 기준에는 아주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읽고나면 어느새 내가 그들의 이웃인듯 친구인듯 그렇게 동화되어가게 된다.

이 9편 단편들은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이기도 하지만, '녹신녹신'과 '시미즈부부'의 이야기는 참으로 생소하기까지 하다. '녹신녹신'은 애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남자를 찾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인데, 어느 정도 외로워야 이런 상태가 될까 싶기까지 하다. '시미즈 부부' 는 아침에 일어나 읽은 조간에 실린 상을 보고 일면식도 없는 이의 장례식을 참석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부부 이야기 인데, 일본 장례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인지 더욱 어려웠다.

이 외에도 늙어 치매인 아내를 위해 매일 밤 집 밖에서 공중전화로 노래를 불러주는 남편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딸, 유부남인 애인과 동거하다 만난 신문배달 연하의 애인과 연애하면서도 유부남 애인을 잊지 못하는 여자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책 제목인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쇼코와 게이인 남자 무츠키 그리고 그의 애인 곤(여기까지는 '반짝반짝 빛나는'의 등장인물들이다), 곤의 또다른 게이 애인 우라베, 우라베의 쌍둥이 누나 치나미와 남편 로 이야기 이다. 쇼코와 무츠키의 카페에서 우라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기 위해 유부녀 치나미는 방문했다가 로를 만나게 된다. 치나미는 유부녀였는데, 짧은 시간에 반한 로와 살기 위해 이혼을 강행하고 이 둘의 이야기가 단편으로 진행된다. 우리의 일반적인 정서라면 헤어진 애인은 결코 스쳐지나치지도 않는 법이지만, 이들은 배우자의 애인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니 참으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해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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