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봄 :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원주희 지음 / 마카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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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는 소설이었다.

 

등장인물이 꽤 많다. 왕과 중전, 대비마마, 보명공주, 수안군(자윤), 장소봉, 꽃분이, 한산군, 마리...

 

분명'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라는 부제가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인물들 같지 않게 모두 열정적이고 그려지는 조선 사회의 모습이 현대같이 활기차다.

 

 

첫 장면부터 자신의 남편인 김영건을 죽이는 보명공주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에게 남기는 말들이 여성운동을 할 법한 말들이어서 첫 시작에 조선시대의 삼종지도를 따르지 않으려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려나 했다. 아니었다. 읽을 수록 왜 로맨스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한지 알 수 있다.

 

한양 한복판에서 중전의 오빠가 살해당하고, 궁 안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동물의 죽음과 사체 등이 모두 보명공주가 범인이라고 하는 익명서가 날아든다. 감히 왕의 여동생에게 씌워진 살인 혐의에 수사할 엄두를 못 내는 관리들. 왕의 배다른 동생 수안군은 뛰어난 외모에 추리력까지 갖춰 많은 살인 사건을 해결한 인재로 알려졌다. 왕실의 자손이지만, 하찮은 피가 섞여 무시받는 수아눈은 자신을 키워준 내시가 원래 살인자였고, 자신이 살인자로 키워졌음을 인정한다. 그런 수안군에게 결국 맡겨지는 살인사건.

 

 

남편이 혼례 당일에 사고로 죽고 청상과부가 된 장소봉은 아이하나 입양해서 조용히 살라는 어머니의 바램과는 달리, 아버지처럼 장사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자신의 박물전 단미를 운영하면서 꿋꿋하게 살고 있다. 단미의 단골인 보명공주의 초청으로 화양궁 연회에 참석하게 되고, 보명공주와 수안군, 장소봉의 인연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보명공주와 수안군, 장소봉은 각자의 성격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조선의 왕족이 얽힌 로맨스라는 소재는 가볍고 발랄해 보이지만, 시대라는 굴레의 희생자가 된 인물들이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지금과는 다른 시대임에도 공감이 느껴진다. 선왕의 잘못으로 후대의 왕까지 그 업을 해결해야 하는 짐을 갖게 되고, 각자의 처지를 때로는 외면하고 또는 극복해보려는 그들의 노력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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