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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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읽을때, '랍비'라는 단어를 읽었는데 '여자'라는 단어도 나오고... 여자랍비가 있었던가? 나의 무지함이여...

제목처럼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죽음과 장례에 관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 이다. 코로나19때문에 최근 2년간의 죽음은 그동안의 죽음보다도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코로나 확진자로 맞이한 죽음은 가족에게 얼굴이나 시신도 보여주지 못 하고, 한줌 재로 안겨졌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죽음이 아닌 경우에도 살아생전의 지인들과 가족조차도 그 마지막에 인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어느 장례사의 "외국은 시신커버의 얼굴 부분에만 투명하게 처리하여 가족이 인사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그런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한마디 말은 우리 가슴에 찡~하게 아림을 만든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유대 전통 장례에서는 고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을 금기시 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 지구상에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종교가 있어서 그 예식만 따져봐도 너무도 다른것 같다.

의학의 길을 가다가 철학과 랍비의 길을 걷게된 저자 델핀 오르빌뢰르는 프랑스라는 성차별이 우리보다는 적은 나라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스토리텔러인 랍비가 되었다. 그녀는 '랍비의 일은 의례를 집행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유대인의 장례에는 10명 이상의 지인들이 둘러서 고인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곳에서 랍비인 그녀는 고인의 삶을 정리해주는 스토리텔러이다. 그 이야기에선 삶이 비극의 형식과는 다르게 이야기될 수 있고, 다른 어휘와 다른 상황의 언어로 회상되며, 장례식이 죽음으로 요약되지 않고 살아생전에 얼마나 살아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랍비로서 그녀에게 장례식 의례를 진행시켜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고인의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그녀가 이 책에 소개한 사람들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죽음도 있고, 각각의 죽음이 연관이 없을듯 한데도 다른 죽음과 관련이 있어 다시 한 번 지나간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언제어디서나 죽음은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뒤로하고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을은 있다. 아름다웠던 추억, 고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각각 다른 개인들의 기억과 판단, 사회적인 평판 등등은 우리가 고인이 살았던 날들을 기억하고 그 죽음을 '살아생전에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었는지'를 기억할 수 있게 한다. 그 아름다운 마무리에 함께하는 랍비로서의 델핀 오르빌뢰르의 삶은 랍비여서가 아니라 그저 거룩한 삶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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