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밀라 - 태초에 뱀파이어 소녀가 있었다
조셉 토마스 셰리든 르 파뉴 지음, 김소영 외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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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에서 '심야괴담회'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여러 연예인들이 괴담을 이야기 하고 판정단들이 무서운 정도를 촛불로 평가해주는 방식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괴담의 내용이 무척 스릴있어서 계속되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램이 있다. 다만, 이 추운 겨울날 밤중에 안 그래도 추운데 왜 오싹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할까 하는 의문은 있었다. 내가 어렸을때는 에어컨이 없던 시기여서, 여름만 되면 TV에서 전설의 고향, 형사 등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더위를 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더랬다. 그 프로그램들에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귀신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서양 귀신 드라큘라나 중국 귀신 강시는 이상하게도 내게는 그저 귀여운 캐릭터로 먼저 다가온 것들이었다.

 

드라큘라가 객체라면 뱀파이어가 종족이라는 이 둘의 차이를 최근에야 알게된 것도 뱀파이어나 강시가 내겐 무서운 괴담의 주인공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검정색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송곳니가 좀 더 길면서 창백한 낯빛으로 돌아다니는 존재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이 책이 최초의 여성 뱀파이어,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매혹적인 뱀파이어를 다룬 원작 소설이라니 정말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카르킬라, 녹차, 하보틀판사 이렇게 세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세 이야기 모두 오컬트 탐정 헤셀리우스 박사(아마도 조쉡 셰리든 르 파뉴 작가 자신)의 논문에 수록되거나, 그의 조력으로 알려지게된 이야기들이라는 서문으로 시작된다. 뱀파이어를 다룬 카르밀라, 이교도 원숭이 악령을 다룬 녹차, 죽음의 나라 사형집행인을 다룬 하보틀판사는 우리나라 전통 괴담에도 처녀귀신, 몽달귀신, 옥황상제, 도깨비 등이 출연하듯이 다양한 종류의 괴담 주인공들이 서양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르밀라가 그 중 가장 긴 이야기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외딴 중세의 고성에서 뱀파이어를 다룬 이야기 이다. 밀라르카, 미르칼라, 카르밀라 처럼 알파벳을 살짝 순서를 바꿔가며 이름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소녀 뱀파이어는 얼마나 아름다운 소녀였을지 찾아가서 초상화를 보고 싶을 정도로 모든 이들의 혼을 빼놓는 아름다움을 가진 뱀파이어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진 주인공 로라.

 

녹차에선 이교도 원숭이 악령에 시달리는 신부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하보틀판사에선 욕심많은 판사의 처절한 최후와 그 비문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우리 전통 괴담에선 권선징악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1800년대에 서양에서 쓰여진 이 카르밀라, 녹차, 하보틀판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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