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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 육아 - 어느 강남 엄마의 사교육과 헤어질 결심
김민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3년 6월
평점 :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것일지에 대한 의견도 생각도 다양하다. 가끔은 이렇게 키우면 잘 키울 수 있다, 하는 완벽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렇지만 '잘 컸다'의 기준은 또 무엇일까. 육아란 왜 이렇게 어려운 미션일까. 아이가 어릴 때는 그저 건강하게 자라면 최고다,라고 했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아이의 하루 계획표가 빼곡해지고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과 공부 관련 학원을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학습을 안 하는 것은 아니기에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시간표는 빽빽하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가끔은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가끔은 나를 화나게 하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역행 육아'. 평범하지는 않다.
작년 말경, 동네 엄마 하나가 송도 신도시로 이사를 갔다. 대형 학원이 없는 동네에 살면서 그 부분이 불만이었던 나는 그 엄마에게 학원 많은 동네로 가서 좋겠다고 부러움을 전했고, 그 엄마도 그 이유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하지만 몇 달 후에 만난 그 엄마는 아무런 학원을 보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때 동행했던 다른 엄마가 그럴 거면 뭐 하러 송도로 이사를 갔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그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빼곡한 아이의 시간표에 고민을 한 것이 아닐까.
저자 역시 엄마의 시간표에 지쳤다. 육아를 하면서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살기 위해 육아 서적을 탐독하면서 자신만의 욱아 관을 만들어갔고, 실천했다. 심지어 학군지인 강남에 살면서도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두 아이를 가정 보육하면서 학원도 보내지 않는, 흔하지 않은 과감한 결정을 하고, 그렇게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저자는 그저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다, 정도에 만족한 가정 보육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해 고심하고 생각하고 노력했고, 아이들과 함께 하고자 애썼다. 그 결과 저자의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고 공부하는 아이들이며, 영어 역시 학원에 다니지 않았지만 즐겁게 하고 있는 아이들이 되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하면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의 엄마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이 아닐까.
이번 방학을 맞아 한 달 동안 아이의 학원을 쉬기로 결정했다. 학기 중에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위해 자주 나가고, 남는 시간은 도서관에 가서 책도 마음껏 읽어보기로 했다. 조심스레 태권도 학원을 쉬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에게 제안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아하면서 하루하루 손꼽아 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실천을 해보아야겠다. 당장 모든 사교육을 중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좀 더 아이가 행복한 방향으로 나와 아이의 시간표를 조율해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