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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평점 :
제목에 끌려서 읽고 싶어진 책이었다. 어느 계절에 죽고 싶냐는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면서 나는 봄에 태어났으니 봄에 죽고 싶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책을 펼쳐서 케이시와 가즈키, 두 사람의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는 프롤로그를 읽었다. 누구든 쉽게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가즈키는 죽음에 대해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 보통들 그런 것일까. 뎅,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는 케이시와 비슷한 부류이려나.
연애 초보인 가즈키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리고 데이트 어플에서 만난 하츠네와 와 예쁘게 만나고 있다. 나 역시 케이시처럼 데이트 어플을 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일지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건너건너 들리는 가즈키와 하츠네 같은 커플도 있기는 하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케이시는 가즈키에게 물어가며 데이트 어플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케이시는 그저 하루하루 원나잇을 즐기며, 가볍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하루라는 레트리버 외에는 삶의 큰 낙도 애착도 없는 듯한 케이시의 하루하루는 염세적이고 팍팍했다. 큰돈을 벌어 일찌감치 은퇴를 한,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면 좀 더 즐겁고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울하고 상처를 안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 그라서 아이를 가졌던 애정을 주었던 대상과의 관계도 단호하게 끊어내고 (심지어 0을 하나 더 붙여가면서!) 삶을 떠날 준비를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담담한 어조의, 그러나 흔하지 않은 제목에 끌렸고, 강렬한 띠지의 문구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고, 한국 저자가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썼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 책이었다.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잘 읽혔고, 죽음을 묻지만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풀어나가는 책이었고, 그래서 마지막 부분이 더 슬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