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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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련한 기억으로 떠올릴 뿐인 추억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만 해도 동네 골목 어귀마다 슈퍼, 마트, 구판장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낡고 허름했지만 사람 냄새나는 정겨움이 묻어 나오던 곳으로 함께 정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아직도 시골에 내려가면 표지 그림처럼 아담한 크기의 구멍가게를 볼 수 있지만 언제 사라질지 그건 모를 일이다. 2011년 11월부터 2014월 6월까지 매주 전라남도 지역을 한정하여 현지답사를 진행하였고, 아직까지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구멍가게를 인터뷰 한 내용을 추려 책을 완성 지을 수 있었다. 이젠 기억으로 박제하여 남겨야 할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발전해갈수록 구멍가게는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24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슈퍼마켓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 이웃 동네 주민 간의 정을 쌓던 공간이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만 남아버린 아쉬움이 크다. 물론 고스란히 명맥을 유지하는 몇몇 곳은 공동체 허브 역할을 하며 이웃 간의 소통을 이어주고 있기는 하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시골에서 영업을 이어나가는 구멍가게다. 읍내까지 오가는 시간 때문에 주민을 대신에 택배나 우편물을 받아 우체국 택배원에게 전달해 주거나 버스표 판매 및 버스 시간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기도 하고 사랑방으로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이 된다.


참 정겹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사연 많은 구멍가게 답사를 하면서 이전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했던 근현대사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추억여행을 하듯 그땐 그랬었는데 하며 지나간 시간이 야속하기도 했다. 어느 한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해온 구멍가게의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우리들의 삶인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개발에 밀려 흔적조차 찾을 길 없을 때 안타까움이 큰데 대부분 고령인 주인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면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현대사의 발자취가 궁금하다면 차근차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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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걸으며 나를 톺아봅니다 - 나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숲을 걸으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손진익 지음 / 북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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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흙에 묻히는 그 순간까지 행복을 누리다 가면 좋겠다. 나이 들수록 자연을 품으면 마음은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가 된다. 깊은 숲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나에게 집중할수록 인생의 참된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는 데 있어 많은 물건이 필요치 않음을 깨닫는 것처럼. 도시를 밝히는 수많은 불빛들과 분주하게 오가는 발걸음을 보면 다들 여유 없이 사는 모습이 눈앞에 밟힌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의문들. "언제까지 바쁘게만 살아야 하는 걸까?" 소중한 시간들이 물살에 떠내려가듯 하염없이 흐르는 걸 보며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졌다. 사는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내어주는 자연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좋을 것 같다.


우린 없어질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애쓰고 욕망했던 건 아니었을까? 지나보면 별일도 아닌데 왜 자신을 불태워 재만 남기려 할까.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삶을 찾아가는 것인데 멀리서 찾으려고만 했다. 한 장씩 적힌 글귀를 읽고 수록된 사진도 보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결국 모든 불행의 씨앗도 행복의 원천도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를 바꾸기 위해선 환경이 옮겨져야 한다. 매일 아침은 맑은 공기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깨어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오늘을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큰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병든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몇 십 년을 산다고 욕심을 부리며 채우려고만 하나. 숲과 함께 있으면 숲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평화로운 이 순간이 크나큰 축복이었음을 알게 된다. 삶의 속도와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고독도 자립하며 사는 사람에겐 즐거움이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 행복했다면 후회나 아쉬움도 들지 않을 것 같다. 사는 동안 흙을 밟으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은혜인가. 마음 관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삶의 의미는 나의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것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인 까닭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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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 쉽게 얻은 사람은 모르는 일의 기쁨에 관하여
김경호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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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잘하거나 잘 되는 사람도 없거니와 원래 반복하면서 익혀야 나중엔 덜 힘이 드는 법이다. 일상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가는 이 시대에 남들보다 느리고 더디게 가더라도 괜찮다. 느림의 미학처럼 내게 숨돌릴 틈을 줘서 살아갈 힘을 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불행이라는 늪에 빠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처럼 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도매금으로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속도는 무시한 채 일률적인 방식으로 줄 세우듯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든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린 나머지 억지로 재촉해가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속도로 가다 보면 크게 걸려 넘어지고 큰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일부러 정답을 찾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한 번 가는 길에 정답만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살다 보니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제일이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보다 우직하게 걸어나갈 뿐이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모든 것에 서툴고 어색하기만 했다.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도 잦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방송 일을 하는 저자로서는 뒤처지는 기분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고 천천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진심을 담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다는 점이다.


고된 직장 생활과 선후배 사이에서 처세나 대인관계 등 무엇 하나 쉬운 일은 없다. 일상을 버텨내게 해주는 힘도 일을 잘 마무리했을 때 오는 뿌듯함이 아닌가. 어느 순간부터 일의 기쁨보다는 매일 반복되던 쳇바퀴 같은 일상이 힘겨워졌다. 시간을 빠르게 가고 나이는 한두 살 먹어가는데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 잔고 대신에 비어버린 공허한 마음이 커져 버렸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니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돼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해나가는 저자의 성실한 모습이 그려졌고 남들보다 더디게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말들에 힘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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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어떤 상황에서든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법칙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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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속담만큼 잘 맞아떨어지는 말도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의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말하기와 관련된 책들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이유도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청중 앞에서 발표해야 할 때나 중요한 면접, 미팅 등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말주변은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무한 경쟁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자칫 말실수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학원 등록까지 하며 배우려고 한다. 상대방에게 신뢰는 주는 말투는 비단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말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수백 번 올바른 발음과 억양, 톤을 갖추기 위해 연습한다고 한다. 내성적이고 말주변이 없는 사람에겐 똑 부러진 발음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개인 능력이 좋은 사람도 발표력이나 화술이 부족하면 개인 어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감이 있다. 모든 사람은 첫인상에서부터 결정 난다고 하는데 차려입은 옷매무새만큼이나 태도와 말에 따라 호감도가 크게 차이 난다. 이미 예능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입증된 내용이다. 그래서 이 책은 교재편, 대화편, 감정편, 설득편, 강연편, 토론편, 협상편, 취업편으로 파트를 나눠 각 상황에 따른 말하기 법칙으로 누구든지 말 잘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말하는 것에도 법칙이 있다니 좋은 관계가 유지되려면 알아둘 필요는 있지만 한 편으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투박하고 서툰 말솜씨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하면 상대방도 알아봐 주지 않을까? 화려한 말솜씨는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그 속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비즈니스를 할 때 물론 말을 잘해야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건 맞지만 사람의 마음은 상대방도 알아보는 눈이 있다는 걸 명심하자. 이왕이면 바른 언어습관과 또렷한 발음을 갖추는 연습부터 시작해 신뢰감을 가지는 말투를 위해 노력한다면 훨씬 더 좋은 인상을 줄 거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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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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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수많은 비극과 희극을 읽었지만 정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었다. 극 중 인물의 대사를 좌우로 배치하여 실제 연극을 관람하는 것처럼 쉽게 읽혔다. 또한 셰익스피어 만의 재치와 유머는 극을 경쾌하게 이끌어주었다. 이 책은 술집 여주인에게 내쫓겨 만취한 몰골로 길바닥에 잠든 술주정뱅이 슬라이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발견한 영주는 장난삼아 슬라이를 영주로 둔갑시키고 감쪽같이 신분을 속이는 데 성공한다. 한편 당시로서도 파격적이었을 자기 주관이 뚜렷한 밥티스타의 큰 딸인 카타리나와 순종적이고 얌전한 성격의 비앙카가 등장하며 본극이 열린다.


아마 말괄량이는 카타리나를 말하는 듯 보인다. 성 정체성에 대한 부분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회적 통념의 문제인데 셰익스피어는 극중 작품을 통해 실상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가 투영되어 순종적으로 성 역할을 해주기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카타리나와 대비되는 비앙카를 보더라도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과 결혼관을 상기시킨다. 사랑-계략-결혼으로 이어지는 서사에서 드러나는 극 중 인물 간의 갈등과 감정은 순간 몰입도 높여주는 전형적인 장치들이다. 카타리나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길들여야만 했는지. 톡톡 튀는 카타리나의 대사들이 귀에 박힌다.


재미있는 점은 애초에 시작부터 끝까지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변장시키는 부분은 이 모든 사실들이 허구이며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무대 장치와 연출, 대사들은 당사자를 현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한낱 역할극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한 과정은 다른 사람이 되어 속이는 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에 속하는 블랙코미디로 봐도 좋을 이야기로 가득한 작품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읽은 셰익스피어 작품인데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책장을 술술 넘기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작품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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