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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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목을 확 집중시킨다. 탁월한 입맛과 독특한 사고를 가진 김정운 교수의 신작이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을 위로하는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마냥 편안하게 누워서 읽을 정도로 가벼운 에세이 류의 책이 아니다. 인문학적인 고찰과 심리학자로서 자신이 사는 삶에 대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도 그럴것이 명지대 종신교수직을 할 수 있을텐데 홀연히 안정된 직업과 직장을 뿌리치고 그림을 그리겠다며 혼자 연고도 없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제 나이도 50줄이고 4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며 향수병이라도 도질 것 같은데 자발적인 외로움이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건질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생각들로 점철된 책이라 이전 책과 다르게 가볍지도 않고 유쾌한 부분도 적다. 아마 독자들이라면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뭔가를 기대했을텐데 시종일관 진지하거나 괴팍하다. 중간에 또 책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갤러리같은 사진과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잠시 눈을 쉬어가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그린 그림도 아닌 것도 많고 34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비해 알맹이가 조금 비어보인다. 교수로서의 지식탐닉은 각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 깨알처럼 삽입되었다. 자신의 삶에 멋부리며 폼생폼사하고 있는데 독자들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적어서 독자들과의 괴리감이 더 커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보면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다소 톤 자체가 무겁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렸다. 유쾌하게 풀어도 좋을텐데 어떤 강박관념이 생긴건지 아니면 노인성 증후군 때문에 그런건지 독자들은 김정운 교수의 전작만 생각하다가는 어렵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읽으면서도 가벼운 일상에 대한 얘기들만 찾아서 읽게 된다. 김정운 교수의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그 삶에서 성찰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일 듯 싶다. 가뜩이나 홀로 생활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 사이버스페이스상으로 공허한 댓글들이 전부였을텐데 다음에는 독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할 때도 있지만 더욱 깊은 삶에 대한 성찰과 독자들이 겪는 고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책을 기대한다. 이번 신작은 전작 <에디톨로지>에 갖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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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
김어진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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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을 배울 때 CMYK, 교정·교열, 인쇄, 편집 등 디자이너로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는데 <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읽고 있으면 그 시절에 겪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주로 오픈라인 쪽의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와 비용 책정으로 마음이 상했던 기억.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상업적 디자인이기 때문에 클라리언트의 요구조건에 맞춰줘야 했던 기억. 열악한 환경과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야근을 옵션으로 끼고 퀄리트를 뽑아내야 했던 기억.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몇 년간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웹디자이너로 직업을 옮기고서 그나마 상황은 좋아졌지만 새로운 측면에서의 고민이 생겼다. 디자이너의 작업영역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것과 연봉이 연차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디자인의 전문성과 멀티플레이어(표준코딩, 간단한 편집디자인)를 요구하는데도 일정을 맞추려면 퀄리티에서 타협을 봐야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갖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일에 재미를 찾을 때는 닥치는대로 다 했었는데 외국 기업들처럼 확실한 분업화와 전문성을 갖춘다면 내가 겪었던 그때보다 작업환경이 좋아질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근데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몇 년이 흘러야 개선될 수 있을까? 


400페이지 안에 실린 수많은 작업물들. 다른 디자이너들의 고충과 현실적인 고민들.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나 그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에겐 현장에서의 업무가 어떻게 흐르는 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오직 디자이너들을 위한 책인 듯 싶다. 많은 시간을 작업하면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로 인해 밤을 지새우고 또 좋은 디자인의 결과물을 뽑기 위해서 노력했을 지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았다. 디자인이 아무런 설계나 기획없이 들어갈 수 없다. 철저하게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을 듯 싶다. 디자인에 정답이 있을까? 각자 객관화시켜서 디자인을 볼까? 아니면 각자 주관적으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볼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이 존재는 할까? 디자인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누가 알아줄까? 디자인이라는 영역 자체가 전문성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 토대를 다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양산화된 학원 시스템이 단지 디자이너를 뽑아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디자인 전문가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디자인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져야 하는데 기술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다보니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현직 디자이너로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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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자립청년 - 남다르게 먹고사는 청춘 11인을 만나다
이정화 지음 / 페이퍼쉽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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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은 스펙과 학력을 갖고 있어도 취업은 바늘구멍 지나가듯 어렵다고 한다. 예전처럼 좋은 대학을 나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면 골라서 입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부족한 일자리에 비해 취업자들이 많아 경쟁률이 높아져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힘든 세상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청년창업이다. 즉, 1인 기업이 되거나 자영업을 하도록 내모는 것은 아닐까? 젊은 청년들에게 도전과 열정을 가지라며 자신이 배운 전공을 살릴 기회조차 줄어드는데 몇몇 성공사례만으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로 인생을 건 모험을 쉽게 말한다. 사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자리에 대한 문제는 청년 세대만의 고민거리는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난 청춘들은 대안적 일자리를 모색해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낭만자립청년>에 소개된 사람들을 보면 각자 많은 고민들을 했을 것 같다. 자신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다면 행운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을거라는 건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내 삶을 보장해주는 건 없다. 직장에 다녔다면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설계가 가능했지만 자립을 한다는 건 스스로의 월급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천적 대안을 찾아 길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많은 자극이 된다.


토스트는 바쁜 직장인들이나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기 좋은 음식이다. 광운대 인문대 수석졸업자의 집(이하 광인수집)도 광운대 후문에 위치하여 자리목은 좋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비록 수입은 적을지라도 자유와 안정 속에서 행복을 모색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장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는 마인드가 참 좋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정해진 길이 있을까? 다만 이런 시도들이 여러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분 중에서 전공을 살리고 발전시키거나 그 재능을 오랜기간 축적시켜 독자적인 직업을 확립한 사람도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무엇을 만드는 일은 자립의 필수적 요소일까? 어떤 면으로 보면 이들은 당장 자립할만큼의 수익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할 것 같다. 자체 생산한 상품을 팔아서 얻은 수익으로 자립을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어려운 시대에 자립하기로 나선 청춘들이다. 방법은 분명 찾으면 있을 것이다. 한 때 귀농이나 귀촌을 고민하던 내게 인상적이었던 꽃비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광하·오남도 부부였다. 논산 훈련소 근방이라 땅값이 저렴한 곳에서 농부를 하고 있는 이들은 진정 자립이 가능한 구조다. 직접 기른 채소들을 수확해서 마트에 갈 일이 없고 도시에서보다 풍성한 반찬들로 매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거래를 고민할 때 프리마켓, 마르쉐 등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선순환 구조는 마르쉐를 통한 농산물 직거래였다고 한다.


먹고 사는 일만 해결하면 되는데 참 힘들다. 그냥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할 청춘들인데 프리랜서, 자영업의 길로 나서도록 만든 건 사회의 책임이 아닐까? 일자리가 많고 선택지가 다양하다면 모르겠지만 이를 청년기업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실패했을 때 회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망은 전무하다. 그래서 이들의 노력과 꿈을 지지하고 싶고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다. 취업의 또다른 대안이 아닌 자신들의 길을 개척한 청춘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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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역습 진격의 일본 - 아직 끝나지 않은 한일 간 비극의 역사
조용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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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우리가 흔히 일본을 떠올릴 때 주로 쓰는 말이다. 가까운 데 멀다는 건 이웃나라라는 감정까지는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끊이지 않고 해안가 주변 마을로 왜구 해적들이 쳐들어와서 살육했던 때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쳐들어와서는 잔혹하게 귀를 짜른다거나 마구잡이로 칼로 베는 등 그들의 잔인함은 치를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제강점기에 와서는 민족말살정책으로 조선사편수회를 통해 역사왜곡을 주도했고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하며 그들의 욕구해소용이나 총알받이로 이용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민속놀이를 없애고 일본의 민속놀이가 스며들었고 조선신궁을 세워 우리 말도 쓰지 못하고 개명을 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 철저하게 조선을 짓밟으려고 교활하고 주도면밀하게 내부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땅 곳곳에 민족정기를 없앤다며 쇠를 박았고, 창경궁은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리고 경복궁은 조선총독부를 만든다며 근정전 앞 궁궐을 파괴하였다. 여전히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땅이라는 뻔뻔함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제특회의 활동은 같은 궤를 하며 지금도 틈만 나면 전쟁전범들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이 위안부 사죄를 하지 않거나 독도영유권을 주장할 때면 민족감정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게 되었다.


일본은 <국화와 칼>이라는 책에 나와 있듯 그들은 평화와 전쟁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또한 사무라이의 칼이 지배했던 사회여서 지금도 복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애매모호한 말로 완곡하게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거절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서 말한다. 거리는 늘 깔끔하며 어디에도 쓰레기가 나뒹구는 곳이 드물다. 집단 속에서는 그들에게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의견분쟁을 최소화하며 협조적이다.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중에 좋은 것도 많다.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고 조금만 남에게 피해가 가면 사소한 것이라도 사과한다. 정직함과 성실함은 기본이며 남에게는 상냥하게 대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욱할 때도 많지만 우리에게 갖고 있지 않은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 고대사와 한반도 침략사를 보면 역사적으로 볼 때 화가 난다. 진정성있는 사죄를 하지 않는 그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조선과 일본의 국운을 가른 결정적 장면은 예송논쟁과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꼽을 수 있는데 조선이라는 나라가 유교를 숭상하던 계급사회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결과로 귀착되는 듯 싶다. 반면 일본은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큰 거부감이 없었다. 네덜란드 상인으로부터 배운 신문물을 통해 그들의 기술은 급전직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일본은 여전히 하이테크에서는 세계제일의 나라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세계 1위의 영향력을 가질 정도로 기반을 탄탄하게 갖췄다. 경제도 대기업 위주가 아닌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서로 공생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점도 좋은 조건이다. 우리는 대기업에게 모든 경제, 산업기반을 몰빵해줘서 전반적으로 볼 때 균형이 어긋나고 허약하다. 만약 한 대기업이 무너지면 그 여파로 인해 관련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무너져버리는 구조다. 경제적으로 부강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는 일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언제까지 일본에게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안일한 대처로 일본에게 먹혔던 과거 역사의 교훈을 되새김질 하지 않으면 또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을까? 일본 자위대법 개정을 그래서 주목해야 하고,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와 독립운동 후손에 대한 천대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 같다. 비극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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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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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읽어도 역시나 스케일에서 독자들을 압도하는 책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반도>, <사스>, <글자전쟁>까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면서 과연 그랬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게 만드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그의 책에 빠져들고나면 마치 역사의 한복판에 떨어져서 과거 미스터리한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뛰어드는 기분이 든다. <한반도>의 개정판으로 나온 <1026>도 어김없이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전개 방식은 읽고나면 숨이 가파오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처음은 우연히 시작된다. 하버드대학교 앞 케임브리지 광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잠시 용돈 벌이 겸 한국을 알리기 위해 판소리를 한소절 부르고 있는 서수연과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마주한 이경훈 변호사. 그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 요 몇 년간 연락이 끊기다가 타지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단지 수연으로부터 전화만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한밤중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노인의 것이었다. 박대통령과 10. 26 비밀을 수연... 하우스...라는 말만 남긴 채 숨지고 만다. 그 분은 제럴드 현인데 블랙 3에 해당하는 중요인물이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꾸준히 연금을 받고 있었고 수연에게 현금 180만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점점 제럴드 현에 대한 궁금증과 증폭되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인 경훈은 자신의 상관이기도 한 케렌스키 대표에게 연금 관련 정보를 부탁한다.



사건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자신에게 가방을 부탁하며 라스베이거스로 가줄 것을 부탁한 케렌스키 대표가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에이펙스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10.26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볼 생각에 한국으로 온 경훈. 제럴드 현의 본명은 현강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중 그의 충복이었던 오세희를 알게 되어 캐나다로 가 만나면서 구체적인 증거들을 더욱 많이 들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핵심은 평소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핵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한 박정희와 이를 꾸준히 감시하면서 지켜본 CIA를 비롯하여 한국에 파견된 현강일. 김재규가 박정희를 시해하게 된 배후에는 과연 어떤 세력이 존재하는지. 수없이 도상훈련을 하면서 '김학호 준비해'라는 말만 했으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을텐데 그 현장에서 박정희와 차지철을 사살하고 남산이 아닌 육본으로 차를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은 사건이다. 아마 김재규는 군과 미군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 믿었고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박정희를 경계하던 미군으로써는 이대로 가다간 안되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재규를 이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정이다. 과연 단독범행인지 우발적으로 총을 쏜건지 아니면 철저하게 계획 하에 이뤄진건지. 김제규를 취조하면서 드러난 사실들도 흥미롭고 분명 미 비밀문서에는 여러가지 정보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로 가면 괴한으로부터 납치되어 목숨을 잃을뻔한 수연과 점점 10.26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훈 등 사건이 긴박하게 흐른다. 죽을줄로만 알았던 케렌스키 대표가 엄청난 증거를 갖고 돌아오는데 엄청난 돈을 들여 도박을 한 이유는 특정 대상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였다라고 한다. 열쇠를 풀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숱한 의문과 궁금증만 자아낸다. 대통령으로부터 초대를 받았을 때 경훈은 한반도의 안전과 미국과의 관계가 조금은 서로를 존중하는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한다. 민족주의자이기도 한 현 선생님도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사명감. 그 당시의 사건들을 재현한 듯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대화들은 아픈 우리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 한국은 그때까지만해도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국가가 아닌 감시와 견제를 받으면서 그들의 의도대로 정치와 경제를 지배당하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읽어도 가슴을 뛰게 만든 대단한 소설이다. 




- 다음뉴스 펀딩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3114


※ 본 서평은 새움 서포터즈 1기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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