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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스테디 셀러에 오른 작품으로 최근 표지를 달리해서 재출간되었는데 그로부터 15년 만에 만나는 얀 마텔의 신간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다. 몇 주전에 카페에서 표지 설문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강렬한 일러스트와 제목이 눈에 띄는 이 표지로 선정되었다. 역시나 기대한대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자마자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1부 집을 잃다에서 주인공은 토마스는 가난한 자신의 아버지의 동생인 부유한 숙부를 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숙부의 집으로 찾아간 날 한 눈에 반해 도라라는 이름의 하녀를 사랑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일주일 사이에 도라와 가스파르,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마주해야 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토마스는 숙부의 집에 머물게 되지만 그 뒤로 뒤로 걷는 버릇이 생겼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토마스가 성공회 기록 보관소에서 배정된 후 우연히 율리시스 신부의 일기를 발견한 때로부터다. 그 책을 통해 추리해가면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 여정을 시작한다.
2부 집으로는 에우제비우 로조라가 주인공으로 포르투갈 브라간사의 상 프란시스쿠 병원에서 일하는 시신 전문 병리학자로 어느 늦안 밤에 아내인 마리아가 불쑥 찾아오게 되는데 그 둘은 밤새도록 성경에 나오는 말씀과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치면서 얘기를 주고 받는 과정이 나온다. 그리고 그 두 책 간의 나타나는 유사성이 무엇이었는지 각자가 발견한 것을 이야기하는 데 아내가 돌아간 뒤 같은 이름의 마리아 카스트루가 찾아와 가방에 담긴 남편의 시신을 부검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사사건건 참견하면서 끝까지 지켜보며 남편에 대해 얘기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분이라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
3부 집은 캐나다 상원의원이 피터가 주인공인데 이미 40여년을 함께 살았던 아내가 세상을 뜨자 밀려오는 상실감으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 즈음 동료 의원들의 권유로 휴식 차 출장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 데 그 곳에서 한 침팬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오도라는 침팬지에게 푹 빠진 피터는 만 5천 달러에 구입한 뒤 어릴 적 떠난 자신의 고향, 포르투갈로 와서 함께 지낸다. 아마 아내를 잃은 상실에 대한 보상으로 침팬지에게 애정을 쏟게 되는데 서로 함께 하는 날이 많이질수록 감정은 더욱 친밀해진다. 상실감이 채워지고 치유된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총 3부로 나뉘어 주인공도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겨진 사람은 한동안 상실감으로 제대로 된 생활을 못하며 지내는 건 어떤 계기로 인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끝까지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제목을 지었지만 배경이 되는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그려낸 주인공을 통해 저자는 깊은 상실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역시 <파이 이야기>의 그 얀 마텔이 돌아왔음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