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이제 저자와 함께 아바나 곳곳을 여행하게 될 것이다. 쿠바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쿠바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를 경유해 쿠바로 가야 하는데 비행 이동시간 뿐만 아니라 노선에 따라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당신은 책에서만 보던 호세 마르티의 기념상과 보게 되고 거리를 걸을 때마다 체 게바라의 그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가 살던 주택가를 찾고 '라 테레사'라는 레스토랑에 들려 그가 식사하고 술을 마셨던 공간을 함께 할 것이다. 제국주의와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의 영웅 호세 마르티의 기념상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체 게바라와 함께 독립 정부를 이룬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유지했던 쿠바에서도 미항으로 손꼽히는 아바나를 걷는 기분은 어떨까? 




당신이 여행을 시작한 말레쿤에서 아바나의 연인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거리낌이 없고 현재의 시간과 젊음을 즐길 줄 안다. 빔이 되면 축제 기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쉴새없이 춤을 추며 온통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물라토라 불리우는 혼혈을 처음 만나게 된다. 다갈색 피부인 그들이 가진 신비로움에 반한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데 매일 보는 익숙함에서 였을까? 말레쿤의 경관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화보촬영을 하는 모델도 만나고 자유분방하게 오늘을 즐기는 젊은이도 만난다.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과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다가 금새 그치고 종잡을 수 없는 곳이지만 오랜 시간을 머물면서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누린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을 향해 낚시대를 던지는 낚시꾼과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댄스팀 등 우연을 통해 얻어지는 산물은 여행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비에하로 가 '아프리카의 집'을 우연히 찾게 된다. 어느 골목에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배우들의 연기와 춤, 음악, 연주에 완전히 빠져버린다. 그러다 쿠바의 아픈 역사를 대면하게 되고 제국주의자들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바나의 시민들이 사는 풍경은 직접 가서 여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장기간 머물 생각으로 있으면 안쪽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가난하지만 여행객이 사진을 들이대면 포즈 정도는 취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베다도에 들른 당신은 가이드북없이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 곳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관련된 얘기를 듣는다. 길거리 음악과 클럽 음악이 활성화된 아바나에서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 수준은 굉장히 높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재즈 연주를 들려준다. 카피톨리오 인근과 아바다만 건너편까지 여행하며 아바나의 사는 시민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담는다. 읽다보면 마치 저자와 함께 아바나를 여행하고 온 것처럼 저자는 당신을 개입시킨다. 아름다운 모습만을 포장하지 않고 그들의 현재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쿠바에 대해 아는 건 굉장히 단편적이다. 어느 책이나 다큐멘터리 혹은 뉴스나 영화에서 본 모습이 전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바나에 사는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혹시 우리는 현재의 삶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즐기면서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축제 현장에서만 춤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어디서든 음악과 함께 하는 그들의 삶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높은 듯 보인다. 물질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정신적인 충만감, 서로를 이끄는 연대감,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 사는 이들이야말로 때묻지 않는 순수함을 간직한 채 현재를 행복하게 산다. 당신에 대해 단언하는 시점으로 쓴 이 책은 여행 에세이면서 그들을 기록한 인문서이기도 하다. 스케쥴을 따라가는 여행 코스가 아닌 본질적인 삶의 이유를 되묻고 아바나에 사는 시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떤 환경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의미있는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들게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