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역사
마야 룬데 지음,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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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데 과거, 현재, 미래에 따른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서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책 제목을 <벌들의 역사>라고 지은 것도 과거에서 벌어진 일들이 나비효과처럼 현재와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벌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2098년 먼 미래인 중국 쓰촨성 시롱 242지구에서 시작된다. 타오는 벌을 채취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훈련받아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나무 위를 올라가야 한다. 2007년 현재에 가까운 시대를 살고 있는 조지는 미국 오하이오주 오텀힐에서 산다. 그는 조상 대대로 양봉업을 해오고 있는데 가업을 이어받은 그는 아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한다. 1852년에 살았던 윌리엄은 동물학자로서 뒤늦게 수 년간 노력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지만 병을 얻어 앓아눕다가 회복한 뒤로 집의 작업실에서 벌통 도안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그의 첫째 딸인 살럿과 함께 도안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시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알고나면 그들의 각자의 시대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되었고, 벌이라는 공통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시대적 순서별로 이어지지 않고 주인공에 따라 이야기가 펼쳐진다. 양봉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윌리엄은 그의 딸인 샬럿과 함께 벌통 도안을 완성한 뒤로 양봉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조지는 가업을 이어받아 양봉업을 하고 있지만 그가 경험한 것은 군집붕괴증후군과 함께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군집붕괴증후군으로 인해 지구는 재양을 격게 된다. 채소들은 말라버리고 육류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우유와 치즈의 생산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점점 커져가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인구 수 감소로 이어져 서서히 지구 멸망의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타오가 살아가는 2098년은 이렇게 벌들이 전멸한 이후의 인류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준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벌들은 '붕괴'의 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전인 1980년에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나온다. 농업용 살충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자연을 훼손한대로 그 결과는 미래의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이 그대로 전수받게 된다.


워낙 두꺼운 책이고 다루는 주제가 무겁다고 보니 지루할 수도 있지만 각 시대별 주인공들마다 연결되는 지점들이 나오기 때문에 전후사정의 연결고리를 알고나면 그 작은 벌들이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2015년 노르웨이서점협회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묵직한 주제를 잘 풀어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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