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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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묘사한 듯한 화려한 책 표지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소설이었다. 게다가 2014년 영국 내셔널북어워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탄생한 환상의 스토리텔링이라는 홍보문구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연상케 한다. 책도 508쪽이나 될만큼 만족스럽게 두껍다. 소설은 1687년 1월 14일 암스테르담 구 교회에서부터 시작된다. 17세기의 유럽은 해상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때라 무역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무역상들이 지도층의 신분까지 오르는 시기였다. 39살의 나이에 거상에 오른 요하네스는 아센덜프트의 시골처녀인 넬라를 신부로 맞이하게 되는데 넬라의 나이는 겨우 18살이었다. 결혼을 미룬 채 오빠 일을 돕는 여동생 마린과 흑인 하인 오토, 고아 출신의 하녀인 코넬리아와 함께 살게 되는데 넬라가 꿈꾸던 결혼 생활과 달리 이 집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직감한다. 남편으로부터 결혼선물은 9칸의 캐비닛인데 넬라는 캐비닛을 채우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물품을 의뢰한다. 여기서부터 작품은 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주문하지 않은 미니어처는 미래를 예고한다는 걸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은 공포를 느끼며 점점 인생이 변해간다.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갖고 있는 미니어처, 미니어처리스트가 만든 물건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불안에 빠지게도 하며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다르게 변할 수 있다. '트칸 페케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넬라가 처한 현실도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요즘이야 미니어처는 영화 제작과 소품에 많이 쓰이는데 미니어처가 17세 유럽에는 신부수업이나 취매생활로 캐비닛에 꾸미는 것이 부유층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것이라고 하는데 막대한 부를 가진 특권을 누렸던 것이다. 요하네스가 얼마나 큰 거상인지를 짐작케 하는데 캐비닛 하나가 3만 길러라고 하니 아무나 누릴 수 없었던 취미인 셈이다. 이 소설은 생소한 소재인 미니어처를 두고 중반 이후부터 빠른 전개와 함께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가 일품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예측하지 못하게 계속 궁금증을 양산한다는 건 좋은 소설이라는 증거다. 아직 불평등이 남아있던 사회에서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한 여성이 당당하게 사회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려한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갖게 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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