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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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 때문에 남자로 오해할 뻔 했지만 엄연히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작가다. 그녀의 전작인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을 때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소소한 삶이 기록으로 남겨질 때 의미를 갖는다는 걸 재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여행이라는 주제는 일상이 아닌 다른 공간을 하나씩 벗겨내는 작업이다.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낯선 세계를 기억에 담는다. 일상이 반복되지 않고 멈춰선 공간. 바쁘게 걷고 분주하게 사진에 담지 않아도 급할 것 없는 여행을 언제나 꿈꾼다. 비현실적인 세계로 걸어가다 보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 마주칠 것 같은 사람들 틈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는걸까? 그녀의 여행이 헛된 기억으로 그치지 않았던 건 다시 찾아갔을 때 그녀가 기억하는 공간과 사람들로 인해 재확인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와 같을 수는 없지만 내가 변한 것처럼 달라진 공간에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멈춰버리길 기대하는 건 내 욕심일 뿐이다. 그녀도 3년 전 리스본 여행에서 단골로 가던 술집 '마르셀리노'에서 느꼈던 감정이었을 것이다. 주인인 '누노'와 기타를 치던 '호르헤'는 벌써 기억에 잊은 듯 했지만 다행히 리타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다양한 여행의 모습을 여러 나라와 도시에 머물며 느낀 생각을 글에 남긴 것 같다. 어딜가든 익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 속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과 만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시간인 것이다. 유럽은 고대 로마로부터 내려온 오래된 역사 유적들이 많다. 그 유적을 발판 삼아 도시가 만들어지고 길이 이어진다. 일상을 떠나, 일상에 도착하는 여행은 여행도 일상처럼 일요일이 있고 휴식할 시간을 갖는 걸 말한다.


어떤 축제나 행사는 우연히 길가다 마주치는 이벤트다. 자신의 몸 상태나 여건을 무시하면서 굳이 봐야할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로 여행하게 된 그녀. 우리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스스로 고독해져야만 여행다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추억과 기쁨을 공유하지 않아도 발길이 닿고 눈길이 머무는 시공간은 내가 정하고 만들어가는 여행인 것이다.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사람에게 도리어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일정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 그 낯선 공간을 걸으며 성한 곳 없이 몸은 지치고 땀으로 범벅되어도 멈추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세계 곳곳을 탐사하며 사진과 글로 기록한다. 우리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온전한 자유를 찾는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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