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먹는 개
손솔지 지음 / 새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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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면서 기발한 손솔지의 첫 장편소설이다. 더스트 빈, 더스트 몬스터, 더스트 휴먼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우리는 뉴스에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몸 속에 들어가면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듣곤 한다. 먼지로 오염된 도시에 사는 우리는 '물 먹는 하마'처럼 나쁜 먼지를 모두 빨아들이는 전자기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매년 봄만 되면 중국에서 날아든 황사로 인해 대기는 뿌연 안개층을 형성하며 황사가 얼마나 극심한 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공장지대나 축사에서 나오는 폐수는 정수, 여과처리가 안 된 채 하천으로 흘러들고, 절대 썩지 않는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먼지와 공해로 뒤덮인 도시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이 소설은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섯 편에 걸쳐 에피소드처럼 들려준다. 실종, 연애편지, 도시 괴담, 거짓말, 먼지인간, 먼지 먹는 개 등 이야기마다 각자 다른 주인공의 시점에서 씌여졌다. 




손솔지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현대 사회의 병폐와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지후가 잃어버린 후라는 개를 통해 어디선가 불법 포획당하고 있는 유기견의 실태를 고발하고, 유라를 통해 어플 위스퍼로 낯선 남자와의 위험한 채팅과 더스트 빈의 사용으로 사라지는 물고기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소설은 교묘하게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의 사리사욕과 마미된 윤리의식으로 인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 지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례를 고발하는 책이다.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책은 작가가 의도한 메세지를 파악해냈을 때 느끼는 기쁨이 크다. 어디까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설정과 에피소드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책은 생명권을 무시하며 강아지 사육하고 닭장 속에 가두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얼마 전 들린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붙은 농장에선 닭을 자유롭게 방생하며 키우고 있었는데 동물이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그 동물이 생산한 계란은 훨씬 건강하고 그 계란을 먹는 인간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 과정 속에서 생산 속도는 더디지만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각종 사회적 이슈를 뉴스의 형식을 빌어 고발하고 있다. 이제와서 보면 <먼지 먹는 개>라는 책 제목이 이해가 된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탄생시킨 발명품이다. 먼지가 몸에 좋을 리는 없는데 인간에 의해 자신들의 권리조차 강제받은 생명체들이 오늘 이 순간에도 억압과 통제된 환경 속에서 견뎌내고 있다. 




더스트 빈이라 이름붙인 알약은 그 효과가 상상이상이다. 그 알약을 물고기로 임상실험을 했는데 장기 속 병원균을 모두 먹어치우면서 악성 물질로 가득채운다고 한다. 그 뒤에 물에 녹아서 사라져버리지만 병원균을 유출하지 않고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선전한다. 이를 발전시켜 더스트 몬스터, 더스트 휴먼이라는 약물이 개발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괜찮은 것일까? 갈수록 인간의 의해 자행되는 잔인한 수법들은 온 사회를 경악시키는 뉴스 뿐이다. 이 소설로마나 저자는 날카롭게 그 사실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같은 인간임에도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들 뿐이다. 법 개정을 서둘러서 어디선가 방치된 채 죽음을 기다리는 동물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 윤리의식의 부재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먼지처럼 사라지게 만들면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저자의 마지막 맺는 말처럼 우리는 그 아픔처럼 온전히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일까? <먹지 먹는 개>를 읽으며 어디가 아프지만 애써 감추며 괜찮은 척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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