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중 많은 마니아를 만들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저자인 미카미 엔의 신작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을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 잔잔한 일본 드라마처럼 소소한 일들을 세심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쓰라기 마유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의 부고가 있은 후 반년이 넘어서 니시우라 사진관에 남아있을 지 모를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게 위해 찾아온다. 지금은 시케타라는 관리인이 니시우라 사진관이 정리되기까지 2층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에노시마 니시우라 사진관을 대를 이어오며 100년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할머니까지가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니시우라 사진관을 정리하는 동안 반년 전 할아버지가 인화를 맡겼다는 사진을 찾으러 온 마도리 아키타카가 우연히 들르게 된다. 여기저기 찾다가 인화된 사진을 아키타카에게 전해주게 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가쓰라기 마유가 지나온 과거로 빠져든다. 사이비 종교를 믿고 있던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진가의 모델이 되어 준 루이.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적극적인 추천으로 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다. 기획사는 철저히 루이의 종교를 베일에 감췄는데 우연히 비공개 그룹에 마유가 찍은 루이의 기도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유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유는 다음날 부랴부랴 내렸지만 어느새 인터넷 상엔 사진이 퍼진 뒤였다. 루이는 연예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 사건 이후로 마유는 사진찍는 일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사진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니시우라 사진관에 남겨진 사진 속 주인공과 이어진 사람들마다 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사진관이지만 그 안에 살아숨쉬는 사진은 과거에 갇혀지내온 사람들에게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작년 사진관이 문닫은 뒤 미수령한 사진들은 그렇게 되살아나 숨겨진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루이 사진 유포 이후 4년간 닫혀지낸 마유도 아키타카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 모든 것을 자신 탓으로 돌리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자신을 보게 된다. 하나씩 들어나는 사실들을 뒤쫒는 추리 소설이지만 소설 전반은 공포스럽다기 보단 사람을 향한 사랑과 따뜻한 위로가 전반에 깔려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루이가 다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새시작을 하기 위해선 루이를 만나 모든 서운함과 미안함을 털어버릴 때 완벽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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