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음, 양억관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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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의 기도는 9년 전의 기도, 바다거북의 밤, 문병, 악의 꽃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로 등장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바닷가 마을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갖고 있다. 제15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쓴 오노 마사쓰구 작가는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양억관 번역가의 손을 거쳐 나와 시원한 바다가 그려진 표지만큼이나 기대감이 들었던 책이다. 이 책의 소설들은 문학잡지에 실렸던 작품으로 9년 전의 기도 외에는 짧은 단편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9년 전의 기도 속에 등장하는 사나에는 9년 전 캐나다 단체여행 중 몬트리올에서 만난 캐나다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캐빈을 데리고 홀로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살아간다. 남편 없이 '갈가리 찢긴 지렁이'마냥 시도때도 없이 울부짖으며 발버둥치는 캐빈과 남의 속도 모르고 비아냥거리는 어머니 사이에서 힘들고 지친 사나에에게 유일한 밝은 빛은 캐나다 단체여행에서 알게된 밋짱 언니다. 그냥 평범한 아주머니지만 사나에에겐 없어서는 안될 듬직한 존재로 많이 의지하게 된다. 밋짱 언니는 느리고 굼뜬 아들인 다이코를 키우며 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인데 사나에는 이것이 바로 현실이며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사나에에겐 구속과 고통인 줄로만 알았던 캐빈이지만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구속이 아닌 해방의 장소로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된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말못할 속사정과 아픔들이 있다. 어떻게보면 바닷가 마을은 구속이자 해방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답답한 현실을 피해 달아나려는 사나에가 자신의 삶과 닮은 밋짱 언니를 알게 됨으로 인해 고통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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