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의 상인들 - 프란치스코 교황 vs 부패한 바티칸
잔루이지 누치 지음, 소하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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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점점 규모가 커질수록 필연적인 부정부패와 방만한 운영에 따른 재정악화가 뒤따른다. 재정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예산 지출은 터무니없게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부패한 바티칸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도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공사수주 건에 대한 업체 선정시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아왔다. 수백억이 투입되는데도 실수요 예측과 전문가의 의견수렴으로 적재적소에 예산투입이 이뤄져야 하지만 반복되는 예산낭비, 입출금 내역 공개, 투명한 경영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 드러난 문제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바티칸은 오래된 관습과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인 잔루이지 누치는 '교황 성하'라는 책을 통해 바티칸 내부 비리를 고발한 바 있다. 그가 입수한 비밀문건은 바티칸의 재정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심각한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전의 상인들>은 2013년 3월 13일 266번째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과정을 담고 있다. COSEA(교황 직속 교황청 재무 관리 및 구조조정 자문 위원회)를 임명하여 성역없이 조사하고 필요한 문서, 데이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랫동안 고착된 한 조직의 비리와 부패를 몰아낸다는 건 그만큼 위험성과 반대세력의 격렬한 저항이 뒤따른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지도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 부정부패와 비리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리더쉽을 갖춘 지도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기밀문서를 알게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밀회의에서 신랄한 비판과 재정파탄에 몰린 원인과 책임에 대해 관련자들을 추궁한다. 교황이 신임한 사람들을 위원회에 임명하고 국제 감사관의 보고를 받는 등 결국 지도자의 결단과 의지에 따라 내부에 드러난 문제를 도려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린다. 이 책에서 나온 바티칸의 문제는 심각하다. 쓸데없는 데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제대로 관리하거나 문제를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갈까봐 전전긍긍하는 건 너무나도 닮아있다. 이런 비리는 밝혀내면 밝혀낼수록 엄청난 것이 계속 나온다는 것도 익숙한 광경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집하는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자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외부 전문가를 조직하고 내부에선 COSEA로 교황청의 비리를 수집하는 과정들이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비밀문건과 외부에 드러나는 걸 두려워 한 사람들의 방해. 혁명을 이루기 위해선 희생은 불가피해보였다. 하지만 새롭게 조직과 사회를 변화시킬려면 올바른 대의를 위해 추진력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어떤 목표로 돈이 쓰이는 지 이제 명백하게 밝혀내야 할 때다. 


"우리의 목표는 모인 돈이 가난한 사람과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되게끔 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재임기간 동안 세상에 알린 고발 내용만 봐도 바티칸 내부에 얼마나 많은 부패의 증거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고, 예산 낭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바티칸을 재정파탄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쓸데없는 곳에 새는 돈을 근본적으로 막지 않은 것이다. 종교 단체일수록 돈과 관련된 부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프란치스코의 리더쉽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겉으로보는 것과 달리 가독성도 좋고 하나하나 부정부패를 밝혀내는 과정이 저널리즘에 더해 흥미롭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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