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을 가다 -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
장 지글러 지음, 모명숙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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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소명을 실천하는 사회학자로서 장 지글러는 지구에 중요한 화두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 지글러가 펴낸 <왜 지구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가 불합리학 세계경제 구조와 세계 빈곤화의 원인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면 <인간의 길을 가다>는 인문학적으로 불평등, 이데올로기, 국가의 권력, 문명, 사회, 발생사회학, 인류 등 저자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문제에 대해 정리를 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아프리카 민족주의자들에게 자행한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만행, 테러, 학살에 분개하기도 하고 이데올로기로 인해 국민들간의 대립이나 망상이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지금까지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이유는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이 식민지화하면서 자원을 수탈해가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내세워 반대편에 선 민족주의 진영을 학살한 데 있다. 그들이 자립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무너뜨리고 마치 자신들의 속국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며, 아직까지 곳곳에선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장 지글러의 책은 거대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일들이 얽히고 설킨 관계에 놓여있다. 독립을 추구하는 지도자들은 어디선가 살해당해야 했다. 몇몇 유명한 사실을 제외하곤 대부분 감춰졌거나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아프리카 곳곳의 민족해방운동자들이 1960년대까지만 해도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탄압 이 후 독재정권이 들어서며 잠잠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는 어떤가? 같은 지구에 살면서도 인간들 간의 불평등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야만적인 경제 질서 때문이라고 장 지글러는 지적한다. 식량 생산은 충분하지만 금전적 수단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넘쳐나는 식량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 식량을 운반하고 저장하고 배분하려면 충분한 자금이 필요한데 그럴 여력이 없는 곳은 식량을 자원받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이 책에선 참 중요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옳고 그름의 기준, 연대적 이성과 불복종으로 세계화에 흐름에 반기를 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땅은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차 있다. 글로벌 금융자본의 원리는 야만적이고 폭압적이다. 그로 인해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되고 빈곤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행복을 누리는 사람 반대편에는 오늘도 고통에 신음하며 기아가 일상이 된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으며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차 있다. 부의 권력이 막강해질수록 불평등한 세계 경제 질서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시민사회와의 연대로 이런 불합리한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먼 지식인의 고뇌가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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