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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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詩에 빠져서 詩 습작을 짓는다고 되지도 않은 글을 끄적였던 때가 있었다. 90년대는 문학적 향취가 흘러서 詩도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였다.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워낙 좋아해서 들고 다니며 읽었던 적도 있다. 마치 헌책방이 밀집된 곳에 들어가 보물을 찾듯 기웃거리던 낭만이 남아있었다. 사실 <세속 도시의 시인들>이라는 이름의 인터뷰집을 읽으면서도 문학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인문학은 떠오르는데 비해 詩는 예전만 못해서 배고픔이 향수된걸까? 15인의 시집 중 이름이라도 들어본 시인은 황인숙, 류근 정도에 불과한데도 솔직하게 인터뷰를 해준 김정환 시인부터 그들이 성취한 문학의 열매를 얻고 싶었다. 기자 출신의 소설가인 김도언 씨가 직접 이들을 만나 나눈 대화들은 흥미로웠다. 어쩌면 한국 詩문학의 황금기를 경험한 세대들이거나 그 열매를 따먹은 경험이 있는 시인들이 아닌가? 근데 詩만으로는 먹고 사는데 문제가 있는지 번역 일도 겸하고 교수로서 재직을 해야 그나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것 같다.


시인이라고 해서 별종이거나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그들은 문학적 도구로 詩를 짓고 표현을 해낼 뿐이다. 음율의 미학이라고 하는 詩가 가진 위치는 대단히 높았다. 아무나 막 짓는다고 詩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 짧은 행간에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詩가 가진 매력은 여러 번 꼽씹는데 있다. 김도언 인터뷰집인 <세속 도시의 시인들>은 제도권 속으로 편입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살아온 길과 시인으로서 걸어갈 미래에 대해 묻는 작업이다. 시 한 편의 낭만이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한 언제든 살아나 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믿는다. 시는 낭송을 하면 더 그 안에 깊은 의미가 전해져 온다. 그래서 좋은 詩는 세대를 지나 구전처럼 읊조리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탁 트이는 기분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편견도 없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보기 좋다. 우리도 그렇듯 각자 다른 시선과 생각이 존재하며 문학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공존한다. 


세속 도시라는 말을 들으니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도시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시인. 고결하고 투쟁적이어야 할 시인들. 이 책은 산문집으로서나 문학 대담집으로서도 훌륭한 책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독서가로서 많은 책을 읽는 한 사람이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해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으로 체화되지도 못했고 책에서 얻은 생각을 투영시키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시인들의 말 속에서 근본적으로 문학의 본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에 대해 근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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