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골방
이명행 지음 / 새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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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서포터즈 2기로 재선정되어 받은 첫 책인 <대통령의 골방>. 이명행 작가는 이 책을 쓸 때 모티브로 삼은 주인공이 바로 故노무현 대통령이다. 큰 맥락으로 보면 안남에서 일곱 명의 가해자로부터 한 노인이 죽임을 당하는 '답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K(김정수)라는 이름의 국회의원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해 정보비서관인 박형규를 안남으로 급파해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는 내용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만 마치 벌거벗겨진 듯 권력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K의 배후에는 '서우'라는 법무법인이 있었고, 회맹구의 주축인 정명회라는 자신의 후원세력이 가장 큰 약점이 된다. 이미 '서우'는 재벌과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이었던 것이다. '서우'의 비밀과 K가 폴락의 장비 시험 성적을 조작한 사실을 밝혀나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이 소설에는 NLL 경계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관계, 이어도에 설치할 X밴드 레이더에 얽힌 한·미·일은 중국과의 마찰로 인해 여러움을 겪는다. 이렇듯 굵직한 정치 현안들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기도 하고 굴욕적인 대리인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故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일부러 서재의 책꽂이를 이동시켜 작은 골방을 만들만큼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외로움과 고독이 필연적이었다는 말일 듯 싶다. 그 자리가 주는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한자어들로 표현된 문장들이 툭툭 튀어나와 몰입하며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흐름이 잘 끊기는 이유를 보니 본론까지 들어가기에 앞서 부연설명들이 길어 호흡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K와 M을 의도적으로 이니셜을 쓴 점과 대통령 대신 코드원으로 부른 점들이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답살' 사건을 터져 뭔가 사건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릴 것 같았지만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는 방식이라 지루함과 몰입을 방해한 것 같다. 결국 무슨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풀어가는 지 이 책은 친절하지 않았다. 추리소설처럼 배후세력을 밝혀나가는 내용을 초점으로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들어 후반부에 진실과 마주하는 흐름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 


 



 

아쉬운 것은 작가 후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듣고 싶었는데 사건만 풀어놓은 모양새다. 정치를 주요 소재로 담은 소설은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세력 간의 권력 다툼이 흥미진진한 소재거리다. 분명 견제세력이 존재하고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매끄러운 흐름이 아쉽고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읽느라 애를 먹었다. 다소 주제가 무겁기도 했고 사실 독자가 통쾌함을 느낄 하이라이트없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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