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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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어릴 적에 모텔인지 몰랐던 성 근처에서 놀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한 여자를 태우고 내려오는 걸 목격한다. 근데 주인공의 눈에는 성에서 나오는 왕자님 같아 보였고, 수다쟁이답게 숨김없이 엄마에게 와서 그 장면을 말한다. 그후로 부모님은 이혼하게 되었고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갑자기 말문을 닫은 채 성장한다. 계란이 말하면 안된다는 저주를 걸어놓은 것으로 믿고 오래 말하면 가슴에 통증이 오는 일종의 트라우마였는데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렇듯 우리에겐 어릴 때 겪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상처를 받고 자라면서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 생활에까지 잠재된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아내와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묵혀두고 있다보니 서로 오해를 낳고 불행의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소통상담가인 윤정 씨가 상담했던 11명의 내담자들도 겉으로 보기엔 문제 없어 보인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단란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담을 받고 사연을 들어보면 누구에게도 말 못할 상처들이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적이었던 것은 진심을 담은 고백서를 써서 상처를 줬던 상대방에게 읽어주는 부분이다. 어쩌면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아픈 마음들이 있었을텐데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진심이 터져나와 그 상처를 치유받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계모에게 학대받고 엄마로부터 버림받을까봐 두려움에 떨며 온갖 폭언을 듣고 자란 40대 후반의 변호사. 우등생인 언니들에게 비교당하며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외따로 지냈던 30대 후반의 취업준비생. 이들도 상담을 받은 후 감정의 벽을 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망설여졌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상담을 할수록 자신에게 모질게 대했던 상대방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관계를 개선시켜려는 노력 덕분에 상황은 전보다 나아질 수 있었다.


윤정 상담가는 상실철학을 3단계로 규정지었는데 첫째, 부모의 애착관계에서 형성된 왜곡을 상실시키고, 둘째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쓰게 된 가면의 자아를 상실시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가짜의 자아가 만들어낸 가짜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이다. 애착관계의 왜곡과 가면의 자아, 가짜의 의미를 상실시키면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란 말이다.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을 봐도 부모님의 생각과 자녀의 생각이 다르다. 내가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관계개선을 위해 서로 노력하면서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봤다. 이렇듯 소통의 부재를 겪는 이 시대에 고백서와 진심이 담긴 말이 얼마나 감동시킬 수 있었는지 알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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