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살이 - 느리고 고유하게 바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법
김준 지음 / 가지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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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2'나 '삼시세끼 - 어촌편'은 나름 의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어촌에 살면서 직접 일도 하고 그 지역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훈훈하게 담아내 감동과 재미를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귀어한 청년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프로그램을 보면서 섬과 어촌에서 사는 모습이 대략 그려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인문학자인 김준 씨가 26년간 섬 연구를 하며 아름다운 섬살이를 공유하고 싶어서 엮은 책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엔 섬만 400여개가 있다고 한다. 귀촌·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은 단연 제주도다. 같은 섬이라도 제주도는 매우 넓고 살기에 척박하지는 않다. 섬 살이는 바다와 뗄 수 없는 일상이다. 그 흔한 슈퍼마켓도 드물고 우체국이나 병원은 큰 섬이 아니고서는 귀하다. 섬 안에서의 문화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 아마 이 책을 읽는다면 섬에서의 삶이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과 문화, 환경에 따라 쓰이는 말이나 도구에도 각각 차이가 있다. 어부이기에 늘 쓰는 도구인 가래, 부게, 그레, 조새, 뻘배, 죽방렴, 개막이, 통발, 테왁, 망시리, 불턱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르고 도구의 형태도 각기 특색이 있다. 어촌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게다가 텃밭처럼 밭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이들 밥상은 늘 생선 반찬이 올라오고 밭에 캔 나물들로 풍성하다. 양미라구이, 꼬막비빔밥, 간국, 뜸북국, 우럭탕, 톨밥, 삐데기죽, 군부, 감태지, 피굴, 봄 도다리, 홍어, 과메기, 물메기, 뽈래기, 샛서방고기, 가우도 바지락 밥상, 곰소 젓갈백반, 중도 망둑어 밥상, 회진 매생이 밥상, 젓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밥상이 올라온다. 사 먹으면 몇 만원을 줘야 하지만 이들에겐 매일 먹는 음식이자 어촌에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고기를 잡아오는 날에는 회나 매운탕이 올라오고 생선구이와 말린 생선을 나물반찬과 함께 밥상에 내온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사람, 살림, 일, 삼시세끼, 풍습 등 다섯가지 키워드로 섬살이의 모습을 담은 뜻깊은 책이다. 섬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과 도구, 일하는 모습, 밭을 담은 사진들은 그대로 그들의 일상생활이다. 농촌이나 어촌에서 사는 사람들만의 삶이 있고 철학이 있다. 그들에게 섬은 삶의 터전이자 아들, 딸을 키우는 데 큰 소득원이기도 하다. 바다와 바람을 맞대고 사는 삶은 치열하고 또 무척이나 고된 현장이다. 공동체 의식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풍습에서 확인해볼 수 있었고, 억척스럽게 밭일과 바닷일을 척척 해내는 강인한 어머니의 뒷모습이 책표지에 잘 표현된 듯 싶다. 애초에 섬 살이를 쓴 책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삶을 이렇게 가까이 들여본 책도 만나볼 수 없었다. 인문학자가 써서 어렵다고 생각될 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마치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건 저자의 따듯한 시선으로 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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