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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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만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인문학 책이었다. 인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해서 읽다보면 지루해지는 분야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민음사를 통해 나온 <공부할 권리>는 그동안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부드러운 화법과 따듯한 시선이 글 전체에 녹아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관련 도서를 언급하면서 조화롭게 이끌어간다.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을 통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을 다지기 위한 학문이다. 실체적 삶과 분리될 수 없고 인간군상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결코 소홀히 다뤄지거나 실용 학문에 밀려 도외시 되어서도 안된다. 인문학을 접목시킨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왔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여행, 사진, 예술, 철학, 경영할 것 없이 타 분야와 이종배합하여 연달아 나오고 있다. 그 여파로 대중들은 이제 인문학을 많이 읽고 익숙해졌을까? 읽는 사람만 읽고 읽지 않는 사람에겐 여전히 불모의 영역으로 치부된 것은 아닐까? 인문학은 서양문학에 기초하고 철학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에 장벽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인문학도 결국 자신의 삶을 투영하여 구축된 지혜의 산물인데 문학적 수준이 갖춰지지 않으면 도통 다가서기엔 부담스럽다. 여행 또는 에세이 책을 낸 정여울 작가의 손을 거치고 나니 <공부할 권리>는 자신의 에세이처럼 누구라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어버렸다. 간혹 고전 소설에서 발견한 작가의 성찰은 새롭게 다가온다. 설령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가 뚜렷해서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사람을 대하는 따듯한 시선으로 인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들도 인문학 서적이나 고전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친근할 수 없다.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과 그림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호흡을 부드럽게 바꿔준다. 이 책은 인간의 조건, 창조의 불꽃, 인생의 품격, 마음의 확장, 가치의 창조 등 5부로 구성되어 있고 에필로그는 공부, 나의 존엄을 지켜주는 최고의 멘토라고 되어 있는데 언급된 책들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탐독하고 공부했을 지 미루어 짐작할 것도 같다. 


누구에게나 권리가 있다. 더 나은 삶과 성숙된 정신을 지니고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과 공감 능력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밑거름인 것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지적 자랑이 아닌 나를 더 인간답게 한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기분 좋은 인문학 여행을 작가와 함께 떠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결국 인문학을 소개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을 놓고 보면 서로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이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괴리감의 골을 스스로 깊게 만들지 않는다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고전을 읽으면서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지는 않을까? 느리게 걷는 미덕을 알아간다면 우리의 삶도 더욱 유의하고 풍성한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공부할 권리>는 독서 길라집이로써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는 책이라 흥미롭게 읽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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