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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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60주기에 나온 <검은 준열의 시대>는 90편의 시를 묶어 완전본으로 나왔다. 본래 시집을 출간할 때 <검은 준열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내놓기를 원했지만 그 당시에는 <박인환선시집>으로 1955년에 나왔다. 그의 대표작은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이 대표적인데 30살에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숨지기까지 10년 동안 신문사와 출판사에 발표한 주옥같은 시를 이제 온전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9살에 '마리서사'라는 작은 책방을 열었는데 그 책방에서는 당시 대표적인 문인들인 김광균, 김기림, 오장환, 장만영, 정지용, 김수영, 양병식, 김병욱, 김경린, 조 향, 이봉래같은 시인들이 단골손님으로 찾아오는 곳이었다. 이 책방에서는 여러 시인들의 시집과 화집, 외서들이 잘 구비되어 있었는데 적자를 면치 못하고 1948년 3년 만에 문을 닫고 만다. '마리서사' 덕분에 문인들을 알게 되고 <거리>를 국제신보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170cm의 배구선수 출신인 아내 이정숙을 여기서 만나 결혼에 이른다. 사흘 내내 이상을 그리워하며 폭음하다 끝내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박인환의 시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박인환 시인이 태어난 곳 인제에는 박인환문학관이 있고 원서동 134-8 소재에는 아직도 그의 생가가 남아있다. 인문학의 정수로 항상 중심에 있었던 시는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90년대에도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머물만큼 사랑받았는데 지금은 시가 잊히는 불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연히 망우리 공원을 걸을 때였는데 그 길 중간에 박인환 비문을 발견했다. <목마의 숙녀> 한 소절이 있었고 근처에는 박인환 묘비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알게 된 <목마와 숙녀>는 독특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오래간만에 읽는 시는 여전히 운율이 춤을 추고 시적 표현은 내가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시간을 두어 천천히 읊조려야 제 맛인데 성질 급하게 수필읽듯 빠르게 휙휙 행을 넘긴다. 운율에 맞춰 시인이 표현하려고 했던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이젠 그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시적 낭만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 오직 돈과 권력이 내 존재를 표현하는 이런 시대에 과연 시가 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정서적으로 메마른 이 땅 위에 진실을 얘기하는 순수한 사랑이 있을거라 믿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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