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양장)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 페이퍼로드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한마디로 놀라운 통찰력을 지닌 책이다. <이코노미스트> 2015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의미를 알 것 같다. 50여년 전 아메라카 드림을 구현할 수 있었던 포트클린턴의 동창생 중 80%는 자신의 부모보다 교육이나 경제면에서 더 나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졌고 교육이나 사회 진출에서 차별은 거의 없었다. 내가 자라던 80년대만 해도 빈부나 소득격차는 있었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고 방과 후에는 동네 친구들과 마음껏 놀면서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즉,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이나 입신양명, 자수성가라는 단어는 신분상승을 이룬 상징과도 같은 사자성어이기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이전만 해도 중산층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많았고 '기회격차'의 간극은 그리 넓지 않았다. <첫사랑>, <젊은이의 양지>가 대표적으로 젊은이의 사랑과 야망 그리고 신분상승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가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보는데 우리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을까?


퍼트넘이 본 오늘날의 기회격차는 부모의 학력에 영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 학력을 가진 부모를 둔 아이와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갖지 못한 아이는 자랄때부터 이미 삶의 불균형을 경험해야만 한다. 잘 생각해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존 패러다임인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개념과 현실적인 괴리감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경쟁률이 심하고 달성했다 하더라도 신분상승이나 소득 증대로 이어지기까지 거쳐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기회는 한정되어 버렸고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외벌이로는 가정을 꾸리기 힘들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이 당연시 되었는데 만일 아이를 둘 경우 도시에서는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밖에 없다. 평일에 아이들은 이미 학원 스케쥴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계급적 차이는 경제적 수준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여 부의 편중에 따라 아이가 학교에서 받는 교육의 질이나 처우가 달라지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학습과정 또한 개별적인 양극화가 심해져가는 것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양질의 교육이나 스포츠, 운동을 접할 기회가 높다는 점이다. 


아메리카 드림은 신분이나 계급적 차이와 별개로 누구나 능력이 있고 노력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는 IT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탄생하는 곳이다. 대개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성공의 가능성이 그만큼 넓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사람들은 세탁소를 열심히 운영해도 먹고 사는 문제는 지장이 없었다. 이 책에 예를 든 포트클린턴은 1959년 졸업생과 현재 아이들의 비교한 모습을 봤을 때 충격적인 것은 이제 이전 부모 세대의 소득을 뛰어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18세 이하 빈곤층의 비율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일부 잘 사는 지역을 제외하곤 현재 거의 전 지역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기업은 도산했고 주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경제가 악화될수록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나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간다. 이미 예상했을 수도 있다. 각종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경제적인 여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경우 안정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경로가 차단된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은 이제 아메라카 드림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기회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도 암울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저자는 가족, 양육, 학교 교육, 공동체이라는 주제를 포트클린턴, 필라델피아, 베일, 애틀란타, 오렌지카운티까지 가정들의 경제적 불균형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가정의 사례를 들어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 듯 싶다. 제6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는 지금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불평등과 불균형의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는 한 결국 '우리의 아이들'을 돌볼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주 정부의 지원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서 결국엔 국가와 지역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기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빈부격차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볼 수 있었고 어렵지 않은 문장 속에 사회적인 각성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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