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자기 여행 : 서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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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커녕 외국을 밟아본 적도 없지만 <유럽 도자기 여행 : 서유럽 편>은 매우 특별한 책이었다. 무려 670페이지라는 두께에 서유럽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았다. 특이하면서 오묘한 모양의 도자기들은 장인의 솜씨다운 정교하고 뛰어나게 만들어졌다. 도자기는 동양권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장식용 혹은 생활용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지금 봐도 화려한 예술작품이다. 산타마리아 성당 내부처럼 화려함에 극치를 이루는 건축물을 보는 건 덤이다.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처음 읽어보는데 양질의 사진이 가득 들어있는 데다 도자기에 얽힌 여러 역사와 유럽 거리를 걷는 듯한 여행의 묘미도 잘 살린 수작이었다. 기회만 되면 유럽을 거닐며 역사적 건축물과 도자기를 보기 위해 떠나고 싶을 정도로 서유럽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서유럽 도자기사를 논할 때 서기 711년을 가장 중요한 연도 뽑고 있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 서유럽은 원시적인 토기만을 쓰고 있었는데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를 점령한 후로 이제 그럴듯한 그릇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흔적들이 바로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과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이다. 이슬람의 화려한 문양과 독특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건축물로 지금도 여전히 완벽한 건축미로 사랑받고 있다. 내겐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광지나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아니더라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없이 낙서하거나 훼손한 흔적도 없이 매우 깔끔하다. 타일로 장식해 인상적인 스페인 공원의 다리도 사람들의 손길이 자주 닿을 공간인데 세월의 흔적만 남았을 뿐 보존상태가 훌륭했다. 


벽면이나 다리에 장식된 타일과 마찬가지로 도자기에 그려진 패턴은 단순하면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현재 시점에서 봐도 완벽하게 화려하다. 분명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소장가치로서 손색없는데 저자가 들른 박물관이나 특정 장소의 주소, 웹사이트, 관람 요일, 입장료까지 자세하게 쓰여있다. 역사적 사건만으로 세계사를 전부 알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생활도구를 자세히 알아가는 것도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다양한 양식의 그릇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대한 서유럽의 역사를 한 권에 다 넣었다는 것이 놀랍다. 현장을 직접 여행하면서 얻는 정보와 촬영한 사진에 더해 역사적인 사례까지 알아봐야 했을 긴 작업 기간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직접 유럽은 가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유럽의 어느 도시를 여행한 기분이 든다. 집 안에 지오. 폰티가지오 폰티가 만든 지노리 그릇들이 있다면 얼마나 품위가 느껴질까? 현재 시점에서도 고급스러운 그릇들을 쓰면서 생활했을 유럽의 귀족들이 부러워진다. 


여행, 낯선 나라를 방문하여 직접 감상하며 걷는 시간의 흔적들. 여행과 도자기를 결합한 훌륭한 시도였다. 우연히 펼쳐 든 피렌체의 야경은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고 그저 오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해 받은 유럽의 거리풍경이 손에 잡힐 듯 내겐 잠시 일상을 벗어난 유럽이라는 환상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북유럽과 동유럽에 이어 서유럽까지 읽으면 유럽 도자기에 대해 완벽하게 그 차이점과 유사점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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