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분노해야 하는가 -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한국 자본주의 2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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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모두가 평등한 나라인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룰에서 경쟁을 하는 나라인가? 단언컨대 아직 한국은 불평등한 사회이다. 태생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이미 생활 자체가 양분되어 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기 위해 정규직 자리를 놓고 피 터지게 서로 소리없는 싸움을 치르는 것이 한국이다. 낙수효과는 거짓말로 판명이 났고, 정규직 대신 고용불안과 저임금인 비정규직만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전을 위한 비정규직 고용안정법(기간제법)" 시행으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법은 '55살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 종사 고소득자'의 파견을 확대한다고 한다. 정규직 전환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2년을 늘린다고 고용불안이 해소될까? 기업 입장에서보면 싸게 2년 더 굴리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재산 불평등 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득 불평등이라고 한다.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면서 GDP 기준에 맞는 소득을 받고 싶어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얻기 어렵다. 10년 전에 신입사원 초봉이 월 8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중소기업은 소득이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대기업은 신입사원이 평균 3천48만원이라고 한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이 2천490만원 받는 것보다 격차가 얼마나 심한 지 볼 수 있는데 대학 졸업생들이 왜 대기업처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을 쌓고 재수 삼수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초반에 벌어진 소득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노동계에서 매해 총파업을 할 때마다 파업 때문에 생산이 정지되어 수출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며 언론은 뭇매질을 해댔다. 하지만 노동자의 부당해고와 복직까지의 힘겨운 투쟁,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았다. 경제성장의 논리로만 따질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내수시장이 침체한 이유는 그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았고 IMF 사태 이후로 명예퇴직이나 해고가 쉬워지면서 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정리해고로 당하는 등 한국 자본주의는 대기업 위주로 맞춰져 있어서 불평등은 점점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읽고 있으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몇 해 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분노한 청년들이 시위를 벌였던 건 1%의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였다. 부가 공평하지 않게 분배되지 않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융계 주요 인사들의 탐욕에 분노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는 한국도 크게 다른 건 없다. 1%의 탐욕으로 인해 99%가 고통받고 있는 상황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꿈을 가져라, 청년 창업을 시작하라는 건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자리를 양보할 생각도 없다. 미래 세대의 주역이 될 청년 세대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3포 세대, 잉여 세대는 누가 만들었나? 더더욱은 무서운 건 소득 불평등이 곧 대물림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기회도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집중된 한국에서는 소득 격차에 따라서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혜택의 선택이 크게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원천적 분배, 정의로운 분배로 해법을 찾고 있는데 불평등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용인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최대의 분배를 하는 것이 정의롭다는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복지예산. 그나마 책정된 복지예산도 줄이고 복지정책도 축소하거나 없애고 있는 시점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재벌들의 끝없는 탐욕은 갑을사회를 만들었고, 지난 몇 해동안 몇몇 대기업들의 민낯을 보았다. 최근 '남양유업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그간 대리점주에게 행해졌던 불공정거래의 사슬은 끊어질 수 있을 것인가? 장하성 교수의 한국사회 진단에 동의하면서 '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말에 속아 넘어서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탈세, 고액체납, 분식회계, 조세 포탈, 비자금 파문 등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라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나 특사로 풀려나면서 얼마나 많이 봐주기를 했나?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동안 '대기업이 잘 크면 나라도 부강해진다'는 환상과 허구에 갇혀서 정작 대기업이 성장하는만큼 일반 국민들이 삶이 나아진 것도 없는데 그런 잘못된 생각 속에 우리는 소득 불평등을 감당해왔던 것이다. 


한국 청년세대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진단하면서도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희망보다 논리적인 절망'이기 때문에 왜 한국 사회가 불평등한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미 그런 사회 앞에 무기력해진 청년들은 빠르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취업과 저임금의 문제는 이들 세대의 주요 화두이기도 하다. 단지 좋은 일자리를 얻고 싶어했을 뿐인데 그들이 스펙 쌓기에 내몰리도록 한 건 사회적인 책임이며 또 낭비다. 결국 결론적으로는 청년세대가 미래를 바꿀 희망이며, 청년세대만이 그 일이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여 한다. 그 일차적 해법으로 선거에 표를 행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암울한 한국 사회, 미래가 보이지 않고 희망조차 발견할 수 없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에 프레임을 만든 로드맵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와 원인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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