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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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직도 방송에서 김만철 가족이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귀순한 장면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1987년 1월로 기억되는데 김포공항에서 김만철 일가가 꽃다발과 화환을 받아든 채 카메라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귀순하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 모습은 그 당시 내겐 놀라움이었다. 그 이후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중국에서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 한국 대사관으로 가기 위한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나 돌고 돌아서 어렵사리 한국으로 귀순한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다. 그 전에도 북한 인권에 대한 처참한 영상들을 보면서 그들을 돕기 위해 유니세프 뿐만 아니라 구호단체들이 병원도 짓고 구호물자를 지급하면서 굶는 일만은 없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 책은 탈북한 여대생의 조금은 더 생생한 북한 인권 유린의 현장과 처절한 탈출기에 대해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을 서술하기 때문에 책이 두껍다. 그 정도로 자세하게 썼다는 것이고, 읽으면서도 탈북해서도 중국 내에서 암암리에 자행되는 처참한 실태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힘없고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은 겁탈을 당하기도 하고 공안 당국에 고발하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공포 속에서 어떻게든 남한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린 가끔 다큐멘터리나 북한 방송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듣곤 한다. 실상은 이보다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한 사상검증과 이웃 간의 감시체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지주였느냐 아니냐에 등에 따라서 계급이 바뀌고 아무리 대학을 나온 사람이더라도 분배되는 일터는 정해져있기 때문에 언제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떨어질 지 모르는 체재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일제강점기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이미 계급이 정해졌다는 뜻이 아닌가? 이 책을 쓴 저자도 할아버지의 공로로 좋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가족 중 한 명이 학교에서 제자를 성폭행 했다는 이유 하나로 집안 전체가 풍비박산난 사례를 보여준다. 하루 아침에 계급이 떨어져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한정되어 있다. 참 무서운 사회인 것 같다. 개개인의 개성이나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없고 오로지 주체사상에 세뇌되어서 매사 사상검증을 하는 그 생활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이렇게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수많은 탈북자들이 제대로 자유의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생이된 박연미의 진실된 탈북기를 담은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은 아직까지도 변화되지 않은 채 공고히 자신들만의 체제를 고수하며 지키는 북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의 사망으로 부자세습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지금은 김정은 체재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의 인권을 고발하고 탈북자들의 실태를 가감없이 써내린 이 책은 기존 다른 책보다는 진실에 더 한 발짝 다가선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목요연하게 과정들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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