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의 역사 - 세상을 움직이는 은밀하고도 거대한 힘
임용한.김인호.노혜경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물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법칙을 준수하는 정직한 사람보다는 편법을 동원하여 남들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즉, 자신이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향응과 뇌물을 주게 되면 손쉽게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룰도 없고 정의도 없다. 오로지 사람의 탐욕과 돈만 있을 뿐이다. 부정부패가 싹트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뇌물로 인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뇌물의 액수에 따라 대우도 달라진다. 뇌물을 주고 받은 사람에게 가해지는 법적 조치는 별개로 치더라도 뇌물은 쉽게 뿌리치기 힘든 강력한 유혹의 수단이다. 뇌물로 인해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고, 더 나아가 인류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올바른 결정을 흐리고 정직하게 살아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자괴감과 실망감을 갖게 만든다. 쉽게 예를 들면 학교의 담임 교사를 찾아가 우리 아이를 잘 봐달라며 암암리에 전해주던 촌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금품을 제공을 하는 것이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특혜와 관심을 더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촌지가 끊이지 않았던 적이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공평한 경쟁으로 실력에 의해서만 평가를 받기 보다는 조금은 실력이 부족해도 뇌물로 인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천박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뇌물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은나라 탕왕의 6가지 반성문 중 다섯째에 뇌물이 성행하지 않는가?라는 항목이 들어간 것을 보면 이미 그 당시에도 뇌물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나머지 항목도 뇌물과 관계되어 있다. 저자는 뇌물의 역사를 볼 때 규모나 양보다는 뇌물과 부패의 구조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위험한 부패와 뇌물은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의 중심을 파괴한다. 이 다음에 언급한 내용은 사실 우리나라도 그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 뜨끔했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위험을 망각한 채 부정부패에 몰입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를 불러온다. 철저하게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도 노비 소송과 같은 비리가 만연했다고 한다. 노비는 일반 농민과 다르게 국가가 추진하는 부역에서 면제되고 자기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노비 소유주들은 더 많은 노비를 확보하기 위해 거짓으로 신고하기도 했으며, 양인 농민들은 국가에 내는 세금과 부역으로부터 면제를 받기 위해 스스로 노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모든 계층에서 노비를 소유할 수 있었는데 부패의 온상은 향리라는 하급 관리로부터였다. 이 향리는 일반 백성들 뿐만 아니라 부자들까지 수탈의 대상이었다. 조선이 멸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도 어떻게 보면 향리의 폭정으로 인해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고 이는 동학농민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동학을 진압할 힘이 부족했던 조정은 청나라를 끌어 들였고 이를 빌미로 삼아 일본군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가져감으로써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쥐었고, 이는 치욕스런 한일합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뇌물의 역사>은 은나라, 조선, 로마, 프랑스를 아우르면서 매우 밀도높게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상당한 몰입도를 가지며 지나간 역사를 통해 뇌물이 가진 위력과 뇌물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 부정 부패가 왜 끊어지지 않는지 등 다각도에서 뇌물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별 10개 모자랄만큼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역사를 다뤄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집중하면서 읽었다.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접목시켜서 주목도가 높았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