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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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도 유명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워낙 인기를 끈 작품이라 일찌감치 영화화되서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서 뿌리깊게 깔려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비단 미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종 차별 뿐만 아니라 특정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편견은 결코 지워지지 않은 생각으로 내재화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무서운 점이다. 똑같은 죄를 저질렀어도 그 가해자가 어떤 인종이나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으냐에 따라서 처벌이 다르다면 이는 형평성에 큰 문제가 된다. 이 책은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운 애티커스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건 마을에 강간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다. 19살의 백인 처녀가 강간 당하는 걸 목격했다는 아버지의 신고가 들어오고 그 용의자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그 흑인인 톰은 매우 성실한 사람으로 자신의 도덕성과 결백함을 담당 변호사인 애티커스에게 털어놓으며 무죄를 주장한다.


근데 이 사건을 맡은 변호인측의 애티커스는 마을에 뿌리를 둔 사람으로써 정의로움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백인이자 두 남매의 아버지로서 마을의 위신을 위해 흑인에게 죄를 지우는 것이 합당한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 그 용의자가 백인이었다면 이야기는 매우 단순해질 것이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준다. 흑인을 깜둥이라면서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는 백인 사회에서는 그들의 생각과 다른 행동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범을 찾을 생각도 없고 흑인인 톰을 가해자로 당연시 받아들이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독선과 아집, 인종 우월주의으로 가득 찬 백인들에겐 손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아무런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도 가해자로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간혹 조선족이나 동남아, 아프리카인이라고 해서 조금 사람을 깔보고 이미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지으면서 속닥거리는 부류와 별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암묵적인 의견일치가 된 백인 사회에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편견과 흑백논리, 이중잣대에 맞서 이 사건의 부당함과 싸운 애티커스 변호사와 그를 굳건히 믿어준 두 자녀를 보면서 책이 출간된 지도 벌써 55년이 되었지만 문학적 가치를 넘어 고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간이라면 지향해야 할 도덕성과 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우리가 혹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향해 편견을 지닌 채 독설이나 비아냥을 퍼부으며 조롱하지는 않았는지 자기 반성을 하게 만드는만큼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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