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하루 - 하나님께서 출타 중이셨던 어떤 하루의 기록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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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초교회 잔혹사>는 일부 대형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리사욕에 눈 먼 성직자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본인이 목사로 목회하면서 시간대별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다. 독특하게도 하루 동안에 벌어진 일인데 오전 4시 50분부터 오후 7시 5분까지 교회 내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작가적 개인서점에서 적아나갔다. 대부분 교회에 오랫동안 다닌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교회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갈 것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설 형태를 띄지만 현재 교회의 현실을 꼬집어서 풍자한 책이다. 사실 새벽 집회를 열기 위해 부족한 잠까지 설치면서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조금은 안다. 대부분 새벽 집회도 일주일 간 이어지기 때문에 매일 일찍 일어나는 일이 전혀 피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로지 믿음을 가지고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신앙심을 오롯이 유지하는 일에 모순점이 많다는 것도 이 책에서 비판하는 내용 중 하나다. 한국 교회가 비판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겉과 속이 다른 모순된 행보때문이다. 겉으로는 오로지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들어갈 일들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면 교회도 일반 회사의 시스템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담임 목사는 사장이고 부목사 이하 재직자들은 직원인 셈이다. 교인수는 곧 실적과 연계되며 주일예배에 참석한 성도가 기준점에서 떨어지면 질책과 면박을 받는다. 교회에서는 절대 경박하게 굴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갈 정도로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오로지 거룩하고 경건하게 예배와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집사의 기도는 매우 적나라한 속마음을 통성기도를 하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안고 싶어 미치겠다는 기도제목이었다.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반드시 그래야만 믿어왔던 사실들의 실체가 드러날 때의 당황스러움은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교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을까? 교회는 세상과 구별된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버려면 적어도 교회 안에서만큼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목사인 자신의 딸이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가 절정인 것 같다. 세상과 점점 닮아가는 교회의 변질된 모습에서 많은 실망감을 느끼곤 하는데 종종 언론상에서 목사들의 부끄러운 행동에 낮이 뜨거워진다.


현직 한인교회 목사로서의 고민이 책에 담겨있는 것 같다. 목사도 사람인데 마치 세상을 통달한 도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믿음을 지키면 지킬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실상과 마주하면서 결국 세상 속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된다.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다. 교회의 조직이 비대화되면 될수록 고착화되고 보수적이며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건 한국적인 특성인 것일까? 기독교의 불편한 사실을 드러내면 내 마음도 불편하기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받아들이지도 않고 개인적인 비판으로 치부한다면 더 이상 교회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외면받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교회가 부흥을 원한다면 뼈저린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세상으로부터의 비판을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보다는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세상의 논리가 교회 내에 퍼져나가지 않도록 많은 기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교회도 온전한 믿음이 삶 속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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