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내가 정말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점이다.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글을 읽다가 헛점투성이에 환상을 깨버리기 일쑤다. 책 목차에서 제일 먼저 소개되는 피터 래빗은 토끼라서 귀엽지만 유럽에선 흔하게 볼 수 있던 생쥐는 아무리 귀엽게 그렸어도 귀엽게 보이지가 않는다. 근데 이 책에는 참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고양이, 오리, 여우, 돼지, 새, 고슴도치 등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있다. 책의 눈높이도 딱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있어서 어른이 읽는다면 싱거워보일 수 있다. 권선징악 형태의 미담이 주를 이루거니와 이 이야기에 관하여에 나오는 소개글들을 보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나온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동물로 대입시켜서 이야기를 꾸린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이니 참 오랜 역사를 지닌 동화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그리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 영향 때문인지 책에 수록된 삽화들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다. 아픈 노엘 무어를 위로해주기 위해 그림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컬러 삽화로 바꾸는 조건으로 1902년 프레더릭 원 출판사를 통해 <피터 래빗 이야기>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후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전세계로 출판되어 1억 5천만 이상 판매를 기록한 아동문학의 고전이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순수한 이야기에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 이야기에는 거짓이 없고 어떤 행동을 하면 사랑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하면 미움을 받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릴 때 이런 동화를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순수한 글을 읽어서인지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대개의 책들이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오는 각 이야기마다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을 볼 수 있다.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겐 늘 도움의 손길이 미치는데 조금은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 특히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는 재봉사의 조카가 생쥐로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골격은 원 이야기와 동일하다. 사람을 동물로 대체하면서 친근감있게 다가설 수 있었고 친절한 이야기 전개는 책이 주는 교훈을 뚜렷하게 기억에 남길 수 있었다. 세상의 책은 권모술수나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기교나 눈속임보다는 사람의 순수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귀여운 동물들이 주인공이라서 친근감이 있다. 그동안 어려운 이야기에 길들여져 있다면 국내 유일의 완역판으로 나온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소중한 지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