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장의 전당표 - 전당포 주인이 들려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9
친쓰린 지음, 한수희 옮김 / 작은씨앗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혹시 제목만 보고 오해할 수도 있을텐데 저자인 친쓰린은 실제로 어려워진 가정형편에 떠밀려 전당포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30여년간 전당포를 오간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 중 29가지를 간추려서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전당포에 맡긴 물건들을 보면 저마다 남모를 사연을 안고 있다. 전당표는 물건을 맡기기 위해 작성하는 양식인데 전당표에서도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할머니가 남긴 유품인 과자통 안에 든 20만 위안은 천 선생에게 수미전으로 준 것이다. 수년간의 도박으로 인해 경제적인 사정이 어렵게 되어 대출을 받을려고 하지만 받을 수 없는 형편이고, 그렇다고 할머니의 수미전을 쓸 수도 없어서 전당포로 찾아가 20만 위안을 맡기면서 사업에 쓸 돈을 구하려 온 것이다. 도박을 끊기는 굉장히 어렵다. 천 선생은 할머니가 남긴 수미전을 보면서 도박을 끊기로 결심하고 길거리 장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사연을 들은 전당포 주인은 궁리 끝에 유품을 받고 창업 자금을 대주기로 한다. 이후 성실하게 운영한 덖에 해산물 볶음 가게는 금세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뉘우치면 살 길이 있다'. 끝까지 도박을 끊지 못하고 살아온 천 선생을 보살핀 할머니가 떠난 뒤 정으로 보답할 기회를 잃었지만 수미전 덕분에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전당포는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인데 어릴 적만해도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요즘 세대들은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신뢰하지 않으면 형성될 수 없는 거래인데 전당포 주인이 얼마나 유심히 고객을 관찰할 지는 생각해보면 이 책은 진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읽으면서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당포에 맡기는 물건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닐 수는 있어도 본인에게도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다.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사회로부터 내쫒긴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절박한 순간 찾아와서 삶의 변화를 찾아온 이들을 보면 깨닫는 것들이 많다. 전당표의 교훈만 읽어도 살아가는 필요한 지혜들을 터득할 수 있다. 돈주고도 못사는 이야기란 바로 인생의 교훈이 담긴 책을 통해서다.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29명의 사연은 우리들에게 주는 감동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간혹 읽다보면 먹먹해질 때가 있다. 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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