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 비정한 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이승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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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음 세대에 대한 부채감 때문만은 아니다. IMF를 겪어던 세대이며, 경제성장의 단물이 빠진 후를 살아왔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이전 세대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갈수록 형편이 나아져야 하는데 10년전과 비교해봐도 크게 개선된 것 같지도 않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고 누릴 수 있는 문화와 문명의 이기는 진일보 했다지만 실질적인 생활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기가 팍팍한 시대라는 것이다. 출세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 대학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른 듯 싶다. 일단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가 대비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등록비를 대느라 허덕이고 있고, 그마저 어려운 형편에 놓인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융자를 받아서 충당하지만 그게 다 빚으로 남는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주변 자취방이나 고시원을 구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고 학생들에겐 부담감이 크다. 우리는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마저도 경쟁률이 높다. 일단 졸업 즈음 빚을 지고 사회로 나올 때는 마땅히 들어갈 일자리가 많지 않다. 


결혼도 큰 결단이 필요할 때다. 어렵사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자기만의 생활을 포기해야 하며,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지만 매달 꾸준히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월급은 물가대비 오르는 것 같지도 않고, 혼자만의 벌이로는 가정살림을 꾸리기엔 팍팍하다. 없는 살림에 노후를 대비하기란 빚좋은 개살구같은 일이다. 이 시대를 사는 3~40대에겐 공허함이 큰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잠시라도 경제적인 타격에 맞닥뜨리게 되면 흔들리기 쉬운 구조다. 연대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인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각자 개인의 영역만이 있을 뿐이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아 서로의 처지를 공유하는 것이 빠를 듯 싶다. 저자가 연대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들로 뽑은 것은 마음의 곤궁함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주변 사람을 돌보거나 둘러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실패하면 안된다는 벼량 끝에서 위태롭게 인생 길을 줄타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구조조정, 아르바이트, 일용근로자로 전락했을 때는 이제 하루하루 삶의 질을 떠나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 우리는 비정한 사회,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마저도 확보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정책이 확실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바로 연대로 이르는 길이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안에 담긴 문제제기들은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이며,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다. 더불어 사는 삶은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더욱 필요하다. 아직 철들지 않은 것일까?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운 것일까? 아직은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다독거리지는 않았는가? 보편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이 무너져버리는 곳에서 어떤 희망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건전한 생각과 공동체로써 어울림이 절실한 시기다. 전통적인 대가족 체제는 무너져버리고 이제 핵가족을 넘어 싱글족들의 비율이 높아져간다. 개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인 방어막이 약해졌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해보며 그래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값어치를 하기 위해 읽을만한 가치가 다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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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omi 2015-05-0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봤습니다.
평소 저도 생각하던 내용이 담긴 것 같아요.
읽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