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 황경신의 한뼘노트
황경신 글, 이인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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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를 쓴 황경신 작가의 신작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는 71편의 짧은 단편 모음이자 일상을 담은 한뼘노트이다. 글과 함께 그림이 매우 독특한데 화가인 이인이 그린 작품을 수록하여 특별한 책이 되었다. 삶은 멀찌감치 관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바로 내 삶과 직결되는 일이고 그때는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3일>이나 <동행>,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꾸며내지 않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담겨있어서 친근하다. 이 책은 삶에 대한 단편들을 작가만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듯 잘 정제되어 있다. 작가만의 감수성이 담겨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했어도 내가 살아갈 삶에 대한 질문들은 계속 될 것이다. 조금만 천천히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읽어도 좋다.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지 않으면 금새 날아갈 버릴 것 같다. 우리가 긴 인생길에 겪는 일상이라는 것이 큰 변화와 전환점이 없는 한 매일 되풀이되는 평범한 시간들이다. 어제도 했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할 일인 것이다. 근데 그 인생도 오늘의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지 갑자기 바뀔리는 없다. 삶은 계속되고, 살아가는 동안 아무것도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깊게 생각해봄직한 글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본래 철학적인 물음엔 서툰 편이라 선뜻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는데도 글의 호흡이 짧아서 나름 괜찮게 읽었다.


에세이를 읽을 때면 과거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때의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 또 나와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 그때의 일들이 손에 잡힐 듯 아련하다.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이기에 아쉽고 뭔가 놓친 것은 아닌지 시간만 야속하게 느껴진다. 우리들은 얽히고 설켜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에서 많은 일들을 겪는다. 나도 작가처럼 일상의 기록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 그동안 많이 애썼고 수고했다고. 각자의 다른 삶 가운데 특별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지금까지 별 탈없이 잘 살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돌아보면 그때는 왜 그렇게 심각했는지. 나는 다른 우주에 살고 하나의 벽을 허무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어려웠던지. 지나보면 아쉬웠을 순간인데도 홀로 마음이 저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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