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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90년대 초반 작은 책자에 묵직한 조언이 담긴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잠언집 <세상을 보는 지혜>는 한마디로 놀라웠다. 그가 한 조언들은 세상을 살아오면서 진실인 경우가 많았다. 어렸을 적엔 경험이 부족하고 세상의 다양성을 품기에는 보는 안목이 좁아서 내 것으로 삼을 수 없었다. 그 뒤로 한참이 지나서 발타자르 그리시안, 라 로슈푸코, 라 브뤼예르의 잠언을 담은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역시나 이들의 통찰력은 놀라웠다. 인간의 내면과 모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 떄문에 직언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비정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법은 마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어려운 질곡을 이겨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이다. 혹여 잔소리처럼 들리는 당연한 말에 또 같은 말이라며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기에 볼멘소리로 그래서 어떡하라는거냐는 되물음으로 책장을 덮을 것 같다.
손자병법이나 오자서병법, 논어와 일맥상통한 듯 결국은 인간의 처세술인 것이다. 무리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상황판단을 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은 이미 경험을 했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과정들을 낱낱히 파악하고 있다.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 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통해 시대를 건너 뛰어도 변치 않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들을 일상적인 예화와 함께 이들 지성인들의 책에서 발췌한 글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타인들로부터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현명함을 가져야겠다. 그건 모두 경험을 통해서 얻는 일일텐데 대가족의 유형이 일반적이었을텐데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외동아들, 외동딸이거나 많아봐야 2~3명인 가족 단위에서는 배울 수 있는 인간관계의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사람끼리 부대끼면서 살고 또 배운다.
<필요한 사람인가>를 이렇게 읽어봤으면 한다. 먼저 한 꼭지의 예화들을 쭈욱 읽은 다음 다시 사상가들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찬찬히 음미한 후 그 상황에서 난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얻을 수 있는 지혜들이 많을 것이다. 급하게 읽어나간다면 놓치는 지혜들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현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령 무리에서 튀지 않고 자신을 낮출수록 오히려 평가가 높아진다거나 모두에게 다 좋은 사람일 필요가 없다는 등 독설과 풍자 속에서 인간군상의 면면들이 드러난다. 사회생활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보다는 필요한 존재가 오래도록 빛이 나는 것처럼 통찰력을 얻고 싶다.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라. 자연스러운 대화를 수사관 방식의 캐묻는 심문으로 만들지 말라. 높은 자리에 있다면 더욱 알아도 모르는 척 넘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동료나 절친한 친구, 심지어는 적일지라도 모르는 척 내버려둬야 할 때가 있다. - 그라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