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의병장의 꿈 -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한 나남출판 30년, 제2판 나남신서 1450
조상호 지음 / 나남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면서 흔들림없이 그 자리를 지켜간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출판계에서 무려 30년의 세월을 지켜나가고 있는 나남출판 30년을 기념하여 만든 <언론 의병장의 꿈>은 조상호 대표와 인연이 닿은 작가, 출판계 인사들의 회고록과 같은 책이다. 나남출판 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책이라 딱딱하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 속에 마무리 지을 것 같다는 편견을 지울 수 있었던 건 바로 조상호 대표의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곳곳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작품인 <토지>의 박경리 작가가 절필을 선언한 뒤 3년간 <토지>을 발간하기 위해 여러 출판사가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하였다고 한다. 조상호 대표는 진심을 다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최종적으로 나남출판사를 선택하여 토지가 나올 수 있었다. 한 출판사의 역사가 출판계에 끼친 영향을 보고 있으면 시대적인 아픔과 부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전 찍은 사진은 골방 속에서 책에 둘려쌓여 몰래 읽은 기억처럼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나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 책은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회를 이롭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올곧게 한 길을 걸어간 사람만의 내공은 무시하지 못할만큼 책을 향한 애틋함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가 출판계에 몸담은 뒤 30년간이라는 시간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는 그 당시 느낀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남의 조상호 대표는 사람과의 믿음으로 IMF 금융위기 속에서도 나남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제2판 언론 의병장의 꿈은 총 3부로 구성된 책이다. 제1부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 제2부 아웃사이더, 그 화려한 창조적 소수, 제3부 사숙에서 출판까지로 구분했는데 그의 출판철학과 인생철학, 출판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 부분,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조상호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를 엿 볼 수 있는데 박경리 선생, 이청준 선생, 오생근, 천신일 회장, 김준엽 총장, 오탁번 시인과의 에피소드들을 쭈욱 풀어놓았다. 그리고 2004년에 파주출판단지로 입성하면서 겪은 이야기들도 소개해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몇 달전에 파주출판단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9년전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었다. 제2부는 조상호 대표가 출판 외길를 걸어오면서 유명 인기작가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상업적으로 잘 팔리지 않겠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창조적 소수들의 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제3부는 나남과 조상호 대표가 세인들로부터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그와 친숙한 사람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흐뭇한 책이다. 한 길을 걸어간 사람만의 의지와 진지함은 앞으로 우리 출판계에 고목나무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향후 출판될 나남의 책들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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