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디의 아이들 -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 반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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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디의 아이들>는 흡사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연상될만큼 초반부에서 느꼈던 마을 분위기가 그대로 닮아있다. 위태롭게 비포장 도로 위에 지어진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주위는 오수와 쓰레기더미로 점령당한 열악한 환경이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지역처럼 분리된 채로 그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악취나는 곳에서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힘든 생활을 견뎌내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제인물이라고 한다. 저자가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하며 취재한 내용이라서 그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집집마다 사정도 다 다르고 부의 편차도 있다. 그들의 주 수입원은 쓰레기더미에서 구하는 것들이다.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압둘같은 아이들은 심각한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일하는 상황은 계속 반복될 뿐이다. 안나와디에도 빈민촌장이라는 직책이 있는데 감투를 쓰게 되면 영향력있는 사람들과 접촉이 가능해진다. 공식 직책이 아니지만 지역 정치인과 경찰이 주민을 관리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사람을 앉히는 자리다. 여성 빈민촌장이 드문 인도에서 아샤는 점차 안나와디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간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 신분 상승을 하게되면 그들이 갖게 되는 이익만큼이나 생활이 윤택해진다. 그의 딸 만주는 안나와디 유일의 대학생으로 언젠가는 중산층에 진입할 희망이기도 하다. 리포르타주 형식을 갖춘 이 고발서는 급속하게 경제성장 중인 인도의 민낯을 가장 낮은 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가 부강해지면 질수록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 심각해지고 부정부패의 악취는 더 진하게 풍긴다. 안나와디에 등장하는 경찰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푼 돈을 쥐어뜯기 위해 협박하고 죄를 뒤집어 씌우는 일까지 자행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나오는 경찰처럼 온갖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대한다. 이들에게 치안유지의 의무에 있어서 빈민촌 사람들은 예외라는 듯 구렁텅이로 내몰려고 한다. 권력욕은 그렇게 무서운 무기가 되어 상대방을 지배해서 반사이익을 얻을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리 부당한 것이라도 근절되지 못하는 것이다. 캐서린 부는 소름끼치도록 훌륭하게 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해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도의 그늘을 고발하는 책으로써 이만큼 탁월한 책도 없을 것 같다. 책 뒤에는 안나와디의 아이들을 찍은 사진들이 있는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데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언제나 내일은 잘 될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인지 순수한 그들에게서 우리는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인도 뿐만 아니라 전세계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의 실상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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