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누구보다도 특별한 삶을 살아온 모니카는 적도기니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는데 1978년 끝무렵 아버지가 형님으로 모신다는 김일성이 있는 평양으로 어머니, 마리벨, 파코와 함께 맡겨지게 된다. 사실상의 망명지로 가게 된 셈이다. 그러다 몇 개월 후 어머니는 삼남매를 남겨두고 적도기니로 떠나는데 쿠테타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큰오빠인 에르네스토가 여름방학을 맞아 아무것도 모른 채 적도기니로 들어갔다가 쿠테타군에 붙잡힌 것이다. 이제 삼남매는 외딴 곳 평양에서 특별관리대상(외국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말도 안 통하고 모든 것이 낯선 곳이다. 삼남매 중 막내인 모니카는 피부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거의 입에 담지 못할만큼 고생을 하는데 16년간 유일하게 먹는 것은 빵과 떡이라고 한다.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은 군대 내 막사처럼 외부로부터 완전히 통제된 학교인데 그곳에서 기숙사생활을 시작하지만 여전히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랄 뿐이다. 6년후 마리벨은 평양의과대학으로 진학해서 파코와 함께 해방산호텔에서 숙소생활을 하게 된다. 혼자 남겨진 모니카는 외로움과 그리움에 시달리다 무단이탈하는 사고를 치고 만다. 발칵 뒤집혀진 이 사건 이후로 더 고립된 생활을 하던 그에겐 유일한 탈출구는 평소 친하게 지내온 선화가 룸메이트로 오면서부터다. 어머니가 잠시 평양에 온 일이 있었는데 대화가 잘 통하지 않게 되었는데 모니카는 평양생활을 하게 된 이후 스페인어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마리벨의 통역없이는 대화조차 나눌 수 없다. 시간이 흐른 뒤 만경대혁명학원을 졸업한 모니카는 해방산호텔로 숙소를 옮겨 삼남매가 다시 뭉치게 되었다. 그곳에서 모니카는 바깥세상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생각이 완전히 트이게 된 것이다. 시리아 유학생인 아자르가 빌려온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람보, 록키에 열광하고 메이나 샤오화라는 중국 유학생에게서 남한 가수들의 CD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89년 임수경의 평양 방문은 젊은이들은 '나도 임수경처럼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때 선화는 이런 말을 한다. "모니카, 우리도 저 친구처럼 스스로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스스로 의지로 생각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 모니카에겐 오래도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만큼 큰 충격을 준 말이었다. 그 후로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평양을 떠나 베이징으로 간 다음 마드리드로 떠난게 된다. 입국심사대에서 적도기니 태생이지만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던 모니카는 한국인 통역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고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그녀는 사라고사의 한인교회에 머물게 된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으면서 점점 자본주의 생활을 알게되고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곳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걸 깨닫게 된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을 용서한 뒤 세상이 더 넓어진 느낌이 든다는 모니카는 서울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과거에 그가 배우고 머물던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를 찾아 돌고 돌아 온 한국. 거짓과 진실이 무엇인지 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여져 있었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다. 긴 여정을 끝마친 뒤 비로소 나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특별한 삶을 살아온 모니카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진한 여운을 남겨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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