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에레보스

에레보스 ㅣ 탐 청소년 문학 10
우르술라 포츠난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탐 / 2013년 8월

"에레보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오가는 흥미진진한 판타지 게임 스릴러 소설이다. 설정은 구식이긴 하다. 데스트탑 본체에 CD를 넣어서 구동시키던 시절처럼 시작하는데 책에서 묘사된 내용만 보면 화려한 그래픽의 실감 넘치는 최신 MMORPG 게임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을 읽은 후로는 손에서 놓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다. RPG 게임을 좋아도 하지만 많이 즐기기도 하는 편이라서 쉽게 몰입되었다. 학교에서 비밀리에 CD를 퍼뜨리는 이유가 있었다. 에레보스에서 접속하면 마치 다 알고 있는 듯한 전령에 의해서 지령을 받게 되는데 현실과 가상이 무너지는 지점이다. 지금 이런 게임이 나온다면 화들짝 놀라게 될 것이다. 내 이름을 인식하고  무얼 생각하는지 안다면 AI가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규칙은 더 살벌하다. 게임은 한 번만 할 수 있고(생명이 현실처럼 하나고 재생이 불가능하다.) 죽으면 끝난다. 반드시 혼자 해야 하고 게임 안에선 진짜 이름을 말해선 안된다. 게임을 안 할 때는 또 닉네임을 말해선 안된다. 즉, 게임 속에서는 본명을 숨기고 게임을 안 할 때는 닉네임을 숨겨야 하는 것이다. 게임 내용을 비밀로 하고 다른 사람과 얘끼하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시작하려면 에베로스 CD를 보관해야 하며 전령이 지시하기 전에는 절대 복사해서는 안된다. 손노리가 불법복제가 난무하자 게임 속에 패스맨을 만들어놓고 퀴즈를 맞춰야 진행되던 기억이 나는데 이 정도면 정말 강력한 락이다. 에레보스에 처음 접속하다 모험을 시작하던 도중 강도에게 붙잡혔는데 그들을 통해 닉은 힌트를 얻는다. 위시크리스탈을 찾으면 만사형통이라고 한다. 위시크리스탈은 에레보스 세계의 가장 큰 비밀 중 하나이며 드래곤볼 7성으로 용신을 불러오는 것처럼 오직 나에게 복종하고 모든 게 내 뜻대로 이뤄진다고 한다. 게임 중에 전령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에레보스 캐릭터들에게 승리하면 아이템을 나눠주기도 하지만 활약이 미미하면 어디론가로 데려간다. 수시로 감시하면서 벌을 주기도 한다. 주인공은 에레보스에서 모험을 통해 점점 강해져가지만 수상한 점은 전령이 주는 미션들이 단지 게임 안에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닉은 캐릭터를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선 레벨업을 해야 하는데 깨름찍하지만 미션들을 하나하나 성공시켜 나간다. 에레보스에서 미션 수행하는 캐릭터들도 같은 학교에 있는 친구들일텐데 게임 규칙에서 발설하지 말도록 했으니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현실에서 미션을 수행해나간다. 친구들도 에레보스에 집중하면서 서로 거리감을 두게 된다. 오로지 에레보스에서 살아남고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현실 생활보다는 게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게임 속 아레나 시합을 앞두고 전령으로부터 하나의 미션을 받게 되는데 에레보스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낀 전령이 왓슨 선생님의 보온병에 알 수 없는 약을 타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닉은 이 지령에서 윤리적으로 심하게 갈등한다. 에레보스가 MMORPG 게임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복수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아이들은 현실과 게임 사이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세계에서의 삶이라는 깨달음이다. 아무리 가상세계에서 세상을 다 가질 것처럼 모두 갖춰어도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굉장히 두꺼운 책이었지만 조금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읽을 수 있을만큼 재밌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