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혁명 - 콜럼버스가 퍼트린 문명의 맹아
사카이 노부오 지음, 노희운 옮김 / 형설라이프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책이다. 원산지 작물로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어떻게 발전해나가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다. 지금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역작인 <총, 균, 쇠>로 인해 편향성이 줄어들었지만 그전까지는 서구문명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씨앗 혁명>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개척하기 전까지는 중세시대의 유럽의 일반 시민들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한다. 즉, 작물이 풍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틈만나면 전쟁이 일어나는데 밀과 보리는 타버리면 먹을 수 없다. 게다가 비타민C 섭취부족으로 인해 괴혈병이 만연해 인구증가도 미비했으니 고려, 조선시대의 우리나라에 비하면 얼마나 가난했는가? 하지만 하나의 작물이 보급함으로 인해 유럽은 강해져버렸다. 바로 감자라는 작물로 안데스 산악지대를 원산지로 한다. 감자는 땅에서 자라는 작물로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다. 감자 보급이 확산되고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었고 프로이센은 70%의 병력이 늘어나게 되었다. 감자로 인해 겨울을 버티기 위해 염장육으로 돼지고기를 먹어왔지만 사료로 돼지들에게 주다보니 언제든 신선한 고기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먹을거리가 해결되니까 유럽 국가들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르네상스도 대항해시대와 괘적을 같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대륙을 개척함으로써 각종 작물과 향신료들이 들어오고 무역물자가 풍부하게 늘어나다보니 국민들의 삶이 안정되고 더욱 강력한 무기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이 끼친 영향은 그만큼 지대한 것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항해자들이 신대륙을 찾아나설 수 있었다. 


감자 외에도 신기한 작물은 바로 고무다. 아마존이 원산지인 파라고무나무의 수액에서 추출한 검고 무거운 공을 가지고 노는 원주민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유럽으로 가지고 오지만 그전까지 고무의 존재도 몰라도 어떻게 이용해야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발명을 거듭하며 고무의 쓰임새는 많아졌는데. 고무에서 파생된 것은 정말 많다. 고무지우개로 연필로 쓴 것을 지우게 된 것(그 전까지는 식빵으로 지웠다고 한다.)부터 메소포타미안인이 첨 개발한 바퀴에서 경량화시켰던 켈트인을 거쳐 그 바퀴에 고무타이어를 단 것이 인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가솔린엔진을 동력으로 자동차를 발명했는데 첨에는 속이 꽉 찬 솔리드 타이어를 주로 쓰다가 공기압 타이어가 개발되면서 승차감이 뚜렷이 향상되고 조용하게 달리게 되었다. 타이어가 검은 것은 카본블랙을 고무와 같은 양으로 섞어서 내마모성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최고의 보강재로 그 이상의 보강재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고무가 없었다면 자전거, 자동차, 단열재, 비행기, 농기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 도시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밥상에 흔하게 올라오는 고추의 탄생지는 어디일까? 음식에 들어가는 필수조미료인 매운 고추의 탄생지는 멕시코라고 한다. 기원전 8000~7000년전에 식용 대신에 종교 및 통과의례를 위해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산지는 감자, 담배, 토마토와 함께 중나미인데 가짓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이 4가지 작물이 유럽인들의 의해서 전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다. 고추와 감자가 우리나라 고유의 작물이 아닌 외래종으로 개량이 된 것이라는 말이다. 감자하면 강원도, 고추하면 청양을 떠올리지만 중남미가 뿌리인 것이다. 단조롭고 밍밍한 식생활에 고추가 가져온 변화는 대단한 것이었다. 고추는 킵시아신 성분이 있는 작물로 식욕을 붇돋아주고 후추보다 값싸 가난한 서민들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었던 고마운 조미료였다. 이렇게 퍼져간 고추를 요리로 받아들임으로써 각 나라마다 현재와 같은 식문화의 형태가 정해졌던 것으니 신기한 일이다. 고추가 보급되지 않았다면 코리안 고유음식으로 인정받는 김치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다시 알게된 책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7가지 작물는 인류사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작물로 콜럼버스와 같은 개척자가 발견하고 유럽으로 가져와서 보급시켰기 때문에 인류가 더욱 발전하고 식문화가 개선될 수 있었다. 인구증가도 이런 식생활 향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물론 정복자들의 무자비한 학살은 씁쓸한 역사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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