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저 인문학 - 고고학자가 파헤친 숟가락과 젓가락의 2만 년 연대기
오승환 지음 / 창해 / 2026년 9월
평점 :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익숙한 듯 당연하게 여겨온 생활 도구에 관한 이야기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 책이었다. 인문학은 으레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고 읽다 보면 얻게 되는 지식은 흥미롭다. 일단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부르는 말로 우리에겐 꽤 친숙하다. 밥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식기류가 수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사 도구로 보는 음식문화권 분포도를 보면 모두 그 나라에서 먹는 음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잘 생각해 보면 식사 도구는 음식을 잘 먹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도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로 많은 연관이 있다. 국과 찌개류를 주로 먹고 찰진 쌀로 된 밥을 먹는 우리에겐 숟가락이 없으면 음식 먹기가 불편했을 것이고, 스테이크처럼 고기류를 먹는 서양에서 포크와 나이프가 없으면 썰어서 먹기가 불편하다. 더운 나라에선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겐 편한 식사 법인 것과 같은 이치다.
신기했던 건 중국과 일본도 같은 음식문화권이지만 젓가락만 발달했고, 숟가락은 모양 자체가 다르고 선택적으로만 쓴다는 점이다. 숟가락은 어디까지나 국물을 떠먹기 위한 용도로 쓰일 뿐이다. 우리나라 숟가락은 둥근 술이 깊지 않고 테두리가 얇아 밥과 국물을 동시에 먹는 다용도로 쓰이는 것과 달리 쓰임새부터가 구분된다. 비빔밥과 국물 요리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숟가락으로 밥과 국물을 먹어야 먹기 편하다. 그리고 이렇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 벌로 쓰는 문화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사실 이것만 알아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언제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게 되었는지 역사 속으로 빠져들면서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쓰였다는 사실이다. 고구려 오녀산성에서 출토된 숟가락은 왕실과 귀족층을 중심으로 숟가락 식사법이 퍼져나갔다고 알려졌는데 중국 집안과 북한 평양 일대에서 활발한 조사가 이뤄져야 확실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고대 젓가락도 백제에서 이음 젓가락이 쓰인 데서 힌트를 찾을 수 있는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서는 주거 환경이 바뀌고 당나라의 식사 법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음식 문화가 넘어오면서 밥상 문화도 점점 변화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왕실과 귀족층은 꽤 오래전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밥상 머리에서 사용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고고학적으로 아직 정확한 연대를 알려면 밝혀져야 할 미스터리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밥상머리 예절은 배우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줄곧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그 형태와 모양은 시대에 따라 점점 달랐는데 조선 후기에 와서야 우리가 알고 있는 같은 크기와 재질로 된 수저 한 벌이 널리 보급되었다. 이렇듯 인문학 책은 우리 주변에서 늘 사용해왔던 사물들도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한 음식문화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