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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 야구광 철학자의 한국 야구 50년 관전기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내 기억으로 80년대 야구는 낭만의 시대지만 야만적이고 무질서한 열정만 넘쳤던 시대로 기억된다. 실종된 동업자 정신과 그물을 타고 넘어와 행패를 부린 관중의 객기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었다. 선발투수들은 완투, 완봉을 많이 기록했는데 이는 분업화 이전에 투구 수 관리 보다 무리하게 혹사시킨 상징이었다. 15회까지 200구 넘는 투구를 보인다는 건 초인적인 힘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야구를 알게 된 건 80년대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응원한 것은 야구부가 있던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인 걸로 기억한다. 황금사자기 준결승에 오르면 동대문야구장으로 가서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한 기억이 난다.
야구는 할 이야기가 넘쳐난다. 항상 드라마가 쓰이고 역사가 만들어진다. 각 선수들부터 팀에 관한 부분까지 열정적인 야구팬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선수를 만나면 반갑고 그 시절 뜨거웠던 함성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두고두고 이야기를 해도 질리지 않을 기록들이 쌓이고 쌓여서 되풀이해도 재밌기만 하다. 데이터와 통계를 중요시하며 철저하게 분업화된 현재 시점에서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일단 야구는 보는 재미가 있고 9회 말 경기 종료가 될 때까지 승부를 알 수 없고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역시 70년대부터 한국 야구를 본 저자라서 이야깃거리가 많다. 국내 야구부터 일본 야구, 메이저리그까지 다룰 수 있는 건 모두 다룬 듯하다. 사실 국내 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나 WBC까지 합치면 할 이야깃거리는 너무나도 많다. 마치 제대 후 군대 이야기를 하듯 전설적인 경기나 기록, 선수에 대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만 해도 6팀밖에 없었도 경기 수도 팀당 80경기 밖에 안 돼서 관중수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고교 야구도 70년대가 인기 있었던 맞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에도 한동안은 인기를 끌었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시들해진 걸로 안다. 아마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뒤로 사람들의 관심이 프로에 쏠렸다는 뜻이다.
역대 최초의 기록, 역대 최다의 기록, 역대 순위 등등 야구에서 기록은 절대적이다. 모든 것이 수치화되고 소수점까지 정밀하게 분석한다. 감독과 선수가 남긴 명언도 화젯거리이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경기를 볼 때면 전율이 흐른다. 한국 야구는 80년대와 비교했을 때 정말 눈부신 발전을 했고 ABS 도입으로 볼 판정 때문에 추태를 안 봐도 된다.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시도,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한 시간제한이나 이닝 제한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고 매 경기 일희일비하며 낭만의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에 빠져들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반가워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