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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이 소설은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고 읽어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아이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정도로 어리다.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이라는 지역에 있는 주립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 원장님을 아버지로 두었으며 위로 두 명의 형과 함께 정신병원 내 원장 관사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정신병원 경내를 지나는 등굣길엔 항상 환자 몇 명과 마주쳐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을 때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는 가족이 이들은 지칭하는 '저능아'에 불과해 보일까? 아버지 직업상 정신병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가족들 중 두 명의 형과 아이에게 정서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일곱 살 남짓의 아이는 우연히 등굣길에서 학교 담장을 넘다 화단에 죽은 사람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죽음이란 사실은 단지 궁금해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으쓱해 보일만한 에피소드였고, 자꾸 물어볼수록 살을 붙이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지어낸다. 허구로 진실을 찾아내고 가상의 사실을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얘기한다는 건 어쩌면 학교 친구들과 형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원 경내에서 생활하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자신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두 형들로 인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나를 해방시키는 놀라운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허구는 곧 기억이다."
소설은 에피소드 단위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죽음에 관한 묵직한 이야기부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아버지와 형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성장 소설로만 읽기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만약 정신병원 원장 관사에서 자라나야 했다면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들과 자주 마주쳐야 했을 것이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허구로 기억을 만들어야 나를 해방시킬 출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아무런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담아낸 책으로 읽기 추천한다.
"점점 더 그런 느낌이 든다. 과거란 사실 미래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고 확정되지 않은 곳이 아닐까 하고. 흔히 우리는 내 뒤에 놓인 것이야말로 확정된 것이자 완료된 것이자, 이야기되기만 기다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것은 이른바 아직 만들어가야 할 미래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