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일주 미술 여행 -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을 따라 떠나는 예술 여정
오그림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세상은 넓고 가볼 만한 미술관이 많다는 걸 보여준 책이다. 카이로&룩소르, 피렌체, 파리, 도쿄, 빈, 뉴욕까지 그 도시에서 세계적인 명소로 뽑히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저자가 도슨트가 되어 수많은 작품들을 설명한다. 마치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하듯 시대별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화가들이 남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순서도 기원전 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집트 고대 미술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남긴 건축, 조각, 회화 작품이 그리스, 로마 예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데다 르네상스와 근대 미술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문화적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아마 인류 초창기부터 시각적 상상력은 그림을 그려 남기는 것으로 발현되었을 것이다. 문명의 탄생은 예술이 발전해나가는 토양이 되었고 신화와 종교를 만나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1425~1426년에 완성된 마사초의 <성삼위일체>는 놀랍기만 하다. 원근법을 적용해 그린 그림인데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작품 크기가 6.67m x 3.17m라고 하니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실감 나게 보였을 것인가. 아래에서 위로 치켜 올라봐야 하는데 마치 실물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르네상스 시대에 산드로 보티첼리가 남긴 작품을 좋아한다. <봄>, <비너스의 탄생>은 꽤나 우아하면서 심미적으로 아름답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카라바조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라는 점이다. 유명한 미켈란젤로 때문에 출신인 카라바조로 불리게 된 인물인데 살인과 수많은 폭력,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그림을 너무나도 잘 그려서 풀려난 화가라고 한다. 사실 그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서 충격적이었다. 궁정 화가들의 작품도 꽤 볼만했다. 이아생트 리고가 1701년에 그린 <루이 14세의 초상화>는 옷 질감이나 구도, 정치적인 이미지 등 여러 요소들이 태양왕인 루이 14세의 위상을 한 폭의 그림에 잘 표현해 주었다. 실제 박물관에서 실물 크기로 보면 압도당하는 기분일 것 같다.
이 외에도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클로드 모네, 피터르 브뤼헐,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에드워드 호퍼 등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부분 서구권 화가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화가들이다. 아마 지면 관계상 책에 싣지 못한 작품들이 훨씬 많을 테고 보너스 스폿에서 주변 명소와 미술관을 짧게 다뤘다. 한 도시의 한 미술관만 제대로 걸으면서 관람해도 족히 반나절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미술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 덕분에 잠시나마 그 수고를 덜고 다 읽을 즈음에 세계 일주를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