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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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페스트>를 드디어 완독했다. 지난 2019년 11월 17일 중국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에서 해제 발표되기까지 3년 4개월 동안 공식적으로 6억 8,700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약 69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런 경험을 가진 채 읽어보니 오랑 시의 대처는 거의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페스트라는 무서운 전염병 앞에 인간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랑 시를 폐쇄한다거나 혈청을 개발하는 등 갑자기 닥친 재앙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 인수공통전염병이다. '페스트'는 독일어인 'pest'의 독음으로, 영어로는 'plague'라고 한다. 흔히 '흑사병(black death)'이라고도 부른다.


천연두와 함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힌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흑사병'의 뜻인 '검은 죽음의 병'을 그 정도로 답이 없고 무서운 비유적인 명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 증상이다. 혈관 내에 피가 응고되어 부패하고 신체 말단이 괴사하면서 실제로 피부와 근육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페스트균은 현재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부분적으로 분포해 있다. 페스트균은 숙주 동물인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흑사병의 주요 형태는 가래톳 흑사병(bubonic plague), 패혈증형 흑사병(septicemic plague), 폐렴형 흑사병(pneumonic plague) 등이다. 중세에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여 인구 7,500만~2억 명 남짓이 희생됐다. 국내에서는 근래에 발병이 보고된 바가 없다.

나무위키

일단 페스트에 감염되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곧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라 공포와 절망이 도사릴 수밖에 없었다. 시가 폐쇄되었기 때문에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전보 외는 없었고 철도나 선박도 끊겨버렸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쥐 소동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치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쥐 벼룩이 흑사병을 전파시킨 공포가 오랑 시에 엄습하고 있었다. 1부 2장부터 주요 등장인물들인 베르나르 리유(의사), 장 타루, 파늘루 신부, 랑베르(신문기자), 조제프 그랑(시청 말단 공무원), 코타르, 리샤르, 카스텔, 수위 미셸 영감 등 속속들이 등장한다.


서술자의 관점에서 주로 베르나르 리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쓰였지만 장 타루의 수첩에 적힌 부분도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각 등장인물들이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맞서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지 잘 보여준 책이다. 특히 파늘루 신부의 설교 논조가 바뀐 시점이 극적이다. 아무 죄도 없이 페스트에 걸린 오통 판사의 자녀가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잠시 머문 오랑 시를 탈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다 포기하고 보건대에서 활동하는데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인물이다. 페스트가 종식되고 시의 문이 열린 뒤 열차 플랫폼에서 그토록 사랑하던 연인과 재회하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으니 말이다.


읽으면서도 정말 코로나-19 때처럼 사람들이 취한 행동과 상당히 유사해서 놀랐고, 조그만 전기 자동차 2대가 천막 사이로 커다란 냄비를 싣고 다니는 장면도 특이했다. 감염 의심자를 수용소 같은 곳에 격리시키고 혈청 실험을 지속하는 부분도 상당히 흡사하다. 무엇보다 감염되었을 때 보이는 증상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후반부에 가면 주요 등장인물이 하나둘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쓰였다. 종교와는 무관하게 전염병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닥쳐오는 질병이며, 혈청 맞는 시기를 넘기거나 부주의한 순간 언제든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묘사와 유려한 문체 등 번뜩이는 문장들이 많았음에도 이상하게 완전히 몰입해서 읽지는 못했다. 뭔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장면보다는 등장인물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도 있고 뭔가를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한 부분에서 맥을 놓친 것 같다. 전반적인 소설을 이해하려면 우선 작품 해설을 정독하길 추천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페스트가 전쟁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게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니 지나친 부분도 새롭게 보인다. 인간이란 존재는 예기치 못한 존재에 대해 느끼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그것이 죽음으로 직결되는 전염병이고 시가 폐쇄된 상황이라면 과연 우리는 온전하게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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