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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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미뤄뒀던 <위대한 개츠비>를 최근에 완독했다. 동명 영화가 2013년 5월 16일에 이미 개봉했고 내가 읽은 민음사 2판 12쇄는 공교롭게도 2013년 3월 25일이다.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서 보는 맛이 있을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기 전에 개츠비라는 인물에 대해 가진 이미지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이었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완전히 정반대였고 아메리칸드림보다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젊은이가 첫 만남부터 반해버려 잠깐 사귀다 사랑하게 된 부잣집 미인(데이지)을 향한 일방적인 사랑이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톰 뷰캐넌)과 결혼해 유부녀가 된 그녀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선 같은 레벨 이상으로 자신의 학력과 부를 맞출 필요가 있었다. 옥스퍼드 출신도 아니었고 마이어 울프심과 같은 조직 폭력계 두목 휘하에서 당시 불법이었던 밀주 판매와 훔친 증권을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도박하는 방법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재산을 모으게 된다. 그 재산으로 뉴욕 웨스트웨이에 휘황찬란한 대저택을 구입하고 연일 호화로운 파티를 연신 벌이게 된다. 가까운 곳엔 닉 캐러웨이가 살고 있었고 파티에 대한 소문이 퍼져 닉과 조던 베이커를 통해 데이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읽고 나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닉 캐러웨이밖에 없고 대부분은 환상과 이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다. 천민자본주의에 빠진 듯 대공황이 오기 전까지 경제 호황으로 넘실대던 1910~20년대 미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쓰레기 계곡 옆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월슨의 아내 머틀 윌슨이 유부남이었던 톰 뷰캐넌과 불륜을 맺고 그의 정부가 된 것도 다 돈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돈도 제대로 못 벌고 비실비실한 남편을 구박하며 험한 말을 쏟아낸 것이다. 맨해튼과 이스트 에그, 웨스트에 그 중간에 있던 플러싱은 이에 비해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다.

개츠비는 부가 가둬 보호해 주는 젊은과 신비, 그 많은 옷이 풍기는 신선함,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데이지가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빛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다.

p. 211


개츠비 이름 앞에 The Great을 붙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정상적인 생각이라면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첫사랑 데이지보다 그만큼 부를 이뤘으면 다른 근사한 여자를 찾았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환상에 사로잡혀 데이지만큼 부유해지면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부유하게 자란 데이지로서는 자신의 남편과 비교해 잘 생긴다가 부자이기까지 한 개츠비의 달콤함에 젖어들어서 빠르게 빠져들었다. 톰과 데이지 부부 둘 다 함께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이 상황에서 개츠비가 톰에게는 상대하기 싫은 불청객이었을 것이다.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수려한 문장과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며 부의 허망함을 비판하고 있다. 성대한 파티를 열 때마다 수 백 명은 초대받거나 아니면 일부러 찾아왔을 텐데 그중에 단 한 명도 장례식에 오지 않은 건 모두 부질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첫사랑이었던 데이지조차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데이지와 사회적 위상을 맞추면 사랑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과 환상이 장례식 전후로 개츠비가 살았던 대저택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비뚤어진 욕망과 한순간 꿈으로 끝난 사랑의 결말이 씁쓸해진다. 진실한 사랑보다는 허세와 거짓말이 자칫 관계를 그르칠 수 있으며 결국 눈먼 사랑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나는 그를 용서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한 일이 완벽하게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모든 것이 경솔하고 뒤죽박죽 혼란스러웠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 버리고 난 뒤 돈이나 엄청난 무관심 또는 자기들을 한데 묶어 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로 물러나서는 자기들이 만들어 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말끔히 치우도록 했던 것이다.

p. 251


60여 년간 반복된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은 결정판 텍스트를 완역한 책이라고 하는데 읽기 어렵다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긴 했지만 계획표에 따라 열심히 살았던 개츠비의 삶이 허무하게 끝나버린 건 많은 걸 느끼게 한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로 선정된 <위대한 개츠비>는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소설로 며칠간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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