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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 시공을 넘어 공명하는 영혼의 행방
에노모토 마사키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의 특징은 무엇보다 뛰어난 작화와 영상미를 손꼽는다. 또한 영상에 맞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이야기에 몰입된 감정은 더욱 극대화된다. 초기 작품인 <별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철저하게 분석한 오리지널 평론이다. 이미 다 본 작품이지만 혹시라도 놓쳤거나 그 의미를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을 알게 되어서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팬이라면 더욱 깊이 있게 작품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며, 인터뷰를 수록하여 다각도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차용하여 커뮤니케이션과 디스커뮤니케이션을 담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별을 쫓는 아이>부터 작화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별의 목소리>의 그림 콘티를 전부 손으로 일일이 그렸다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이후 디지털 환경으로 바꿨고, <별을 쫓는 아이>의 그림 콘티를 B4 크기 용지에 직접 손으로 철저하게 그렸다고 한다. 이건 잘 몰랐는데 개봉일인 2011년 5월 7일이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라고 한다. 저마다 생각하는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지진 피해로 초토화된 시대 상황과 잘 맞아떨어져서 아이러니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과 촬영 기법에 관한 것도 알려주고 있는데 신카이 마코토 영상이 가진 힘 뒤에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찍이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하였는데 그 중심에는 연출 효과로서의 촬영에 있다. 그래서 실사처럼 느껴지는 작화로 아름다운 배경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건 다변화하는 구름에 대한 표현이다. 초기 작품부터 구름을 비롯해 도시와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은 신카이 마코토 만의 영상미가 있다. 재해 3부작인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더욱 도드라지는데 마치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신카이 마코토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속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깨닫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는 곧 타인과 나는 다른 인간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만남이 이어지지만 속마음까지는 가닿지 못하고 철저한 개인의 고독 속에 살아가다 자립심이 강해진 개인으로 다시 재회한다. 이렇듯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보게 된다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